본 연구는 1970년대 전반기 북한이 일본 내 초당파적 의회 협력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대일 접근을 추진하였음을 분석한다. 북한은 일본 사회당, 자민당 등을 포함한 초당파적 의회 협력 네트워크인 일조우호촉진의원연맹 등을 활용하여 일본 국회의원들과의 교류를 확대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무역 증진과 무역사무소 설치를 시도함으로써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국교 정상화를 모색하였다. 또한, 북한은 이러한 네트워크를 북미 대화의 중재 채널로 활용하여 미국과의 비공식 접촉을 시도한 정황도 확인된다. 그러나 북한의 대일 접근은 한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 등 다양한 제약 요인으로 인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북한의 대일접근은 미・중 데탕트라는 국제정치적 환경 변화 속에서 실용성과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되었으며,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음이 확인된다. 이러한 사례는 현재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북한이 향후 북일관계 뿐만 아니라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외교적 자산으로 일본의 초당파적 의회 협력 채널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이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적 역학에서 배제되지 않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북한의 다층적 외교행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선제적인 외교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북일 간의 외교적 접근을 능동적으로 조정하고, 한반도 관련 사안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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