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북한이 왜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면서도 핵개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등 중국의 정책목표에 도전하는 행태를 보이는가에 주목했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손실/이익 상황에서의 위험감수 성향을 설명하는 전망이론과 외부 세계에 대한 불신을 반영한 피포위의식 논의를 결합했다. 특히 북한의 피포위의식은 미국과 같은 서방세력은 물론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에 대해서도 나타나며, 실제로 북한의 국가행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를 바탕으로 김정은 시기 북한의 전략적 선택 변화를 준거점의 변화에 따라 시기별로 분석하였다. 첫째, 2012~2017년에 북한은 ‘체제 안정’을 준거점으로 삼았는데, 대중 경제의존 심화가 기존의 체제위협을 가중시킨다고 인식하였다. 이는 북한의 위험감수 성향을 강화해 네 차례의 핵실험으로 이어졌다. 둘째, 2018~2019년에는 핵능력 완성으로 체제 생존의 위협이 완화되자, 북한은 이익영역에 진입하면서 ‘정상국가 지위를 통한 발전 추구’ 라는 준거점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대중의존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북한의 이익인식을 강화하면서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였다. 셋째, 2020~2024년에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노딜(No deal)’로 북한의 준거점은 ‘체제 인정’으로 후퇴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소극적 지원은 북한의 손실인식을 강화했고, 북한도 핵보유 법제화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이라는 위험감수적 행동으로 대응하였다. 이러한 북한의 행동양식은 단순한 비용-편익 계산이나 구조적 압력의 결과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형성된 인식체계를 동시에 반영한 것이다. 또한 중국의 대북 영향력 약화도 정책실패가 아닌, 북한의 피포위의식과 이에 기반한 위험 선호도에 따른 선택의 결과였다. 이러한 북중관계의 동학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과 북한의 자율성 추구의 한계가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적 제약관계의 틀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함축한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