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년 정상회담 이후 북한 외교 정책 전략에 큰 변화가 있었다. 모든 여건이 갖춰졌음에도 하노이 회담이 실패하면서 김정은은 어떻게 기회를 포착할지와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에너지와 자원을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를 재검토하게 됐다. 북한은 수십 년간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경제 발전에 핵심 동력으로 여기며, 중국과 러시아 등 전통적 동맹국들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 했다. 그러나 2019년 이후 오히려 미국과 서방 중심 국제 질서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미중 갈등과 미러 관계 악화라는 국제 정세 속에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안보 전략에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대북정책에는 차이가 있다. 물론 양국 모두 북한 핵문제에 대한 서방의 전통적인 해결방식에 반대했지만, 대북 추가제재에 대해 중국은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북한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와 북한은 과거보다 훨씬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북한은 국제 사회 비난에도 러시아의 전쟁을 공개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상당한 전략적 이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북한은 러시아를 정치적, 물질적으로 적극 지원하면서 양국 관계를 급속도로 발전시켰고, 이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아가 국제 사회에서 북한을 지지하는 국가들을 늘렸을 뿐 아니라, 러시아로부터 재래식 무기 현대화, 대량살상무기 개발 촉진, 현대전 수행 능력 향상을 위한 군사 협력까지 이끌어냈다. 러시아와 북한 협력관계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북러 군사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장기전으로 이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이 오랜 유엔 안보리 제재로 금지되었던 무기를 확보하고 대외 경제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유라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환경을 동시에 악화시킬 수 있다. 양국이 집단적이고 공개적으로 국제 제재에 저항한다면, 기존 외교적 수단과 노력은 북러연대 위험성을 줄일 수 없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변화에 따라 러시아와 북한 협력 방식과 수준이 조정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러시아의 긴급한 군사적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이미 양국은 다극화된 새로운 국제 질서 형성을 목표로 하는 장기적 협력 관계 토대를 구축한 상태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한국 차기 정권은 북한을 광범위한 지정학적 맥락 속에서 다뤄야만 할 것이다. 효과적이고 참신한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이 문제를 보다 심도있게 다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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