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고난의 행군’을 경험한 ‘장마당 세대’로 대표되는 북한의 청년들이 직면한, 시장경제로의 변화에 따른 종교문화 지형의 새로운 변화와 역할을 분석한다. 이를 위하여 먼저, 북한의 주체사상과 장마당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적 요소의 등장이 지닌 종교성(religiosity)을 파악하기 위하여 이론적 준거틀을 제시한다. 둘째로, 최근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 <청년교양보장법>(2021), <평양문화어보호법>(2023)의 내용을 분석하여 그 의미와 취지를 이해한다. 셋째로, 1990년대 이후 북한 종교문화의 변화를 검토한 후에, 넷째로 김정은 체제의 특징과 한계를 분석하고, 끝으로, 21세기 북한의 경체체제 변화에 대한 종교문화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한다. 북한의 종교는 여전히 ‘미신’(迷信)으로 간주되고 있고, 종교의 자유도 외세와 내통하거나 사회주의 질서를 위협하지 않는 조건 아래에서만 일부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실질적인 신앙의 자유와 종교단체 운영의 자율성 및 성소활동의 독자성”이 없다는 점에서 북한에는 “관제(官製) 또는 어용(御用) 종교”가 있을 뿐이다. 오히려 김일성에서 김정일을 통해 김정은으로 이어진 수령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적 주체사상은 종교들을 통제하는 유일한 ‘상위 종교’로서 신자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지배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이념적 독점 시장에 균열이 생기고 장마당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견고해 보였던 북한의 배급제가 김일성 사후에 무너지면서, 북한의 주민들은 생존과 생활을 위해 장마당에서 경제활동을 하게 되었고 사유재산의 중요성과 자본주의의 가능성을 경험하게 되었다. 북한의 종교들은 하위 종교이든 상위 종교이든 급변하는 시대에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가 흔들리지 않고 김일성 3대 세습이 유지되도록 사회통합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배급제 이후에 장마당의 등장은 북한이 강조한 고립주의의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므로 중국이 선택한 개방과 개혁의 길로 진입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에서 분석한 세 가지 법령의 취지와 내용 및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법적 노력과 제도적 강화를 통해 기아와 탈북 등과 같은 위기의 상황에서도 북한의 엘리트들은 체제의 해체와 공동체의 와해를 극복하며 연대성과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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