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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유산과 두 ‘국가 풍경’의 창생 ― 1949년의 두 고향, <마음의 고향>과 <내 고향>

Local Heritage and the Creation of Two ‘National Landscapes’ ―1949 on Screen, Local Memory and National Imaginaries in <Hometown of the Heart> and <My Home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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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영재
소속 및 직함 성균관대학교
발행기관 한국극예술학회
학술지 한국극예술연구
권호사항 (84)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123-159
발행 시기 2025년
키워드 #강홍식   #국가 창생   #남북한 영화비교   #<내 고향>   #<마음의 고향>   #북한 사회주의 리얼리즘   #윤용규   #포스트 콜로니얼   #풍경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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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1949년 남한과 북한 양쪽에서 ‘고향’에 관한 두 편의 영화가 등장하였다. 남한에서 만들어진 <마음의 고향>과 북한에서 만들어진 <내 고향>. 이 두 편의 영화는 각각의 장소에서 당시까지의 조선영화의 수준을 뛰어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 두 ‘고향’의 이미지는 그것들이 도착한 시간을 고려한다면 더없이 흥미로운 것이다. 1948년 남한과 북한에서는 각각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성립되었다. 이 순간 도착한 <마음의 고향>과 <내 고향>은 모두 고향이라는 심상과 관련된 ‘풍경’에 강하게 긴박되어 있다. 새로이 등장한 두 개의 분단 포스트콜로니얼 신생국가, 이후 오랫동안 한반도에서의 역사적, 정치적 정통성을 경주하게 될 이 두 국가가 성립한 순간 도착한 저 두 개의 ‘풍경’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글에서는 이 두 국가의 기원적 풍경에 대한 상상이라고 할만한 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추적하고자 한다. 이미지는 (시각과 전망이라는 의미 모두에서) 비전이자 또한 그 자체로 역사의 지층, 즉 아카이브를 갖는다. 그렇다면 이 영화들의 비전은 무엇이었으며, 그것은 어떤 역사의 지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인가. 함세덕의 희곡 󰡔동승󰡕(1939)을 원작으로 한 윤용규의 <마음의 고향>은 식민지 로컬리티가 어떻게 후기 식민지 국가 창생의 원풍경으로 이동하는가에 관한 하나의 사례를 보여준다. 도요타 시로의 <오히나타 마을>(1940)과 윤용규 본인이 연출한 문화영화 <개척하는 대륙>(1944)과의 관계 속에서 이 영화는 내지-조선-만주를 잇는 제국 일본의 판도 내에서 상상된 ‘내지’의 고향을 최량의 질서로 추출하려 했던 제국-식민지의 만주 개척민들의 서사 내 산천과 농촌의 이미지를 끌어오는 한편, 공간적 고립이라는 영화 이미지적 전략을 통해 로컬리티를 공통적 ‘고향’의 심상으로서 자리매김시킨다. 즉, 역사가 증류된 한국의 산사(山寺)라는 원형적 이미지를 1949년에 요청되는 (통일된) 조국의 근원으로 심상(mental picture)화한다. 조국의 원풍경(archi-landscape) 안에서 방황하는 동자승의 어머니 찾기 서사는 신생 국가의 ‘출생’의 비루함을 뒤로 한 채 새로운 길이라는 과제로서 암시된다. 강홍식의 <내 고향>의 문화적 지층에는 두 개의 요소가 관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당대 북조선에서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던 소비에트 사회주의 리얼리즘 영화와 ‘역사의 완성’이라는 서사에의 규칙이었다. 계급적 불화의 장소이자 민족적 심성의 고향인 ‘토지’-땅을 다루는 이 영화는 그리움과 적대라는 상반된 감정을 하나의 장소에 동거시키는 한편 변증법적으로 지양하는 데 성공한다. 다른 하나는 식민지 시대의 유산과 관련되어 있다. 테크놀로지적 장치로서의 영화보다는 조선인의 주체적 개입이 보다 용이했던 식민지기의 연극 전통과 무대에의 관념, 조선색이라는 로컬리즘을 표방했던 회화적 세계는 해방의 시간에서 재활성화되었으며, 해방자로서의 김일성이라는 예외적 존재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 출현에 의해 탈환된 역사이자 전통이 된다. 김일성의 출현이라는 예외적 사건 혹은 역사의 완성에의 요구를 오래된 로컬리즘의 미학과 결합시킬 수 있었던 이 영화는 이후 ‘역사의 완성-미달된 현실-인민의 동원 혹은 열기-난관 속에 나타난 예외자의 결정적 역할’이라는 순환적 북한 미학의 예기치 않은 전범이 될 것이었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