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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극작가의 제주 4·3항쟁 형상화에 나타난 ‘해방’의 의미 재고찰 ― 함세덕 희곡 <산사람들>(1950)을 중심으로 ―

Reexamining the Meaning of ‘Liberation’ in the Representation of Jeju 4·3 by a North Korean-defecting Playwright ― Focusing on Ham Se-deok’s Play The Mountain People(1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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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소영
소속 및 직함 제주대학교
발행기관 현대문학이론학회
학술지 현대문학이론연구
권호사항 (98)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163-198
발행 시기 2025년
키워드 #해방기   #제주 4․3항쟁   #주권   #탈식민성   #민중항쟁   #함세덕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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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논문은 희곡 <산사람들>에 나타난 제주 4․3항쟁의 형상화 양상을 살핌으로써 극작가 함세덕이 그리고자 한 ‘해방’의 의미를 재고찰한다. 해방 이후 남과 북이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과정에서 문인들 역시 좌우 진영으로 나뉘었으며, 함세덕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월북하여 북한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산사람들>은 1949~1950년 북한 문예지에 연재되고 해주와 평양에서 공연된 작품으로, 제주 4․3을 반미․통일투쟁의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이 글은 <산사람들>이 단순한 북한 체제 선전극이라기보다 4․3항쟁을 통해 재현한 각성된 민중들을 해방기 국가건설의 주체로 내세움으로써 진정한 탈식민 해방의 전망을 모색한 작품임을 밝히고자 했다. 우선 텍스트 독해에 앞서 함세덕이 남로당 계열의 월북 극작가였다는 점과, 작품 창작 및 공연 작업이 북로당 중심의 권력 재편 과정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이는 의식적으로 남로당의 역할을 축소하고, 김일성을 지지하는 민중들의 자발적 항쟁으로 4․3을 재구성하는 서사 전략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체제 선전에 무비판적으로 동원된 결과이기보다, 김일성 체제에 대한 (무)의식적 자기 검열 기제의 작동과 맞물린 산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4․3항쟁을 반미구국투쟁으로 의미화한 작가의 관점에는 제주를 필두로 빨치산들의 자발적 항쟁이 전국적으로 확장되길 기대했던 박헌영과 남로당 식의 욕망이 여전히 기입되어 있다. 특히 <산사람들>은 4․3항쟁에서 상대적으로 덜 얘기되었던 토지개혁의 문제를 부각시킨다. 당시 제주에서 자작농 비율이 높았음에도 토지 문제를 강조한 것은 친일 지주와 결탁한 미군정 하의 신식민화에 대한 비판이자, 박헌영의 ‘8월 테제’에서 영향을 받은 사회주의적 이상을 반영한 것이다. 이때 <산사람들>은 이미 8월 테제에부터 내재되어 있던 ‘사유’와 ‘공유’ 사이의 긴장을 해소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주권을 지닌 정치적 주체로서의 욕망과 소유권을 지닌 경제적 주체로서의 욕망을 서로 등치시킨다. 이는 작중에서, 월북을 택하는 대신 자기가 발 딛은 곳에서 농민해방을 실현하고자 했던 아래로부터의 주체화 열망으로 서사화된다. 여기에는 김일성 체제와의 동일시만으로 해명될 수 없는 탈식민적 국가건설을 향한 작가의 의지가 담겨 있다. 또한 <산사람들>은 4․3항쟁을 신축항쟁, 해녀항쟁과 연결함으로써 제주의 유구한 항쟁 전통을 강조한다. 해녀, 농민, 노동자 등 다양한 차원의 실체적 민중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제주의 특수한 지역적 주체인 해녀들이 보여주는 평등 지향의 자생적 근대성은 함세덕이 사회주의적 가치를 단지 이념의 차원으로서만 전유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항쟁의 주요 인물들을 노동자로 바꾸어 재현함으로써 기존 4․3문학에서 덜 강조되었던 계급투쟁의 측면을 부각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산사람들>이 드러내는 사회주의적 지향은 어디까지나 다양한 하위 주체가 탈식민화의 과제를 인식한 ‘민중’으로 주체성을 획득하고 국가건설의 주역이 되는 한에서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해방기 주권의 문제라는 프레임을 통해 제주 항쟁의 상황을 재현한 함세덕의 <산사람들>은 4․3 문학사를 비롯, 해방기 문학의 계보 안에서도 나름의 의미를 갖는 작품으로 위치될 수 있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