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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민의 정동과 ‘난민-되기’의 기획 - 박순녀의 1960~70년대 소설을 중심으로

The Affect of the South Korean Refugees and the Search of ‘Becoming-Refugee’ - Focusing on Park Soon-nyeo’s Novels from the 1960s and 70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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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장여진
소속 및 직함 서울대학교
발행기관 한국현대문학회
학술지 한국현대문학연구
권호사항 (75)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7-
발행 시기 2025년
키워드 #박순녀   #월남민   #정동   #난민—되기   #6·25   #장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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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글은 박순녀(1928~)의 1960~70년대 소설에 나타난 월남민의 정동이 ‘난민 -되기’의 기획으로 나아갔음을 밝히고, 그것의 정치적 가능성을 살피는 것을 목 표로 한다. 이 시기 박순녀 소설의 특징은 반복적으로 6·25와 전후를 다룬다는 것인데, 실제 소설의 발표 시기가 박정희 정권이라는 점에 비추어 봤을 때 소설은 여러 문제적인 장면들을 그려내고 있다. 이처럼 본고가 주목하는 것은 소설의 시간적 배경과 실제 발표 시기 사이의 시차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적 효과이다. 2장에서는 「케이스 워카」, 「외인촌입구」, 「잘못 온 청년」을 중심으로 미국 (인)과의 기울어진 관계 속에서 국민이 되지 못하고 스러져가는 존재들의 양상 을 분석했다. 가장 기회주의적인 인물조차 국제 정세 속에서 부유할 수밖에 없 는 모습을 통해 박순녀 소설이 친미 혹은 반미로 수렴될 수 없는 당대 남한 사람 들의 존재 방식과 슬픔의 정동에 주목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3장에서는 박순 녀의 소설이 반복적으로 6·25를 환기하는 이유를 해명했다. 「판문점식 넋두리」 와 「싸움의 날의 동포」에서 나타나듯 작가가 목격한 남한과 북한의 주인은 결코 국민이 아니었다. 이러한 난민적 상태는 1960~70년대 독재 정권과 가부장제 아래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따라서 작가는 반복적으로 6·25를 소설 속에 기입함으로써 적극적인 난민—되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난민—되 기는 국민이 되기 위해 자기를 국가 폭력에 노출하는 동시에 이에 공모하게 되 는 모순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행위 능력을 증가시키는 행동학/윤리학으로서 의 정치학이다. 4장에서는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소설 속 인물들의 (임)모빌리티 양상과 그것으로부터 촉발되는 난민—되기의 가능성을 살폈다. 「어떤 파리」 는 월남민이 아니더라도 독재 정권과 가부장제 아래에서 난민적 상태에 놓인 인물들을 그리는데, 자신의 자리를 잃은 채 임모빌리티의 상태에 놓였다고 느끼는 존재가 오히려 그 안에서 역동하는 모빌리티의 가능성으로 나타남을 확인했다. 「대한민국의 거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남과 북 모두에 머무를 수 없는 존재가 국가 밖으로 돌출하는 모습을 그리나, 그 종착지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당대에 작가가 가질 수 있었던 모빌리티의 상상력이 얼마나 한정적이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냈다. 그럼에도 이러한 (임)모빌리티의 양상은 국가에 저항하거나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할 때 발생하는 기쁨의 정동을 보여주며, 적극적인 난민-되기를 요청한다고 볼 수 있다. 박순녀의 소설을 정치소설로 읽는 일은 바 로 이러한 이해의 지평 위에서 가능할 것이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