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루마니아의 관계는 1950년대 초부터 1980년대 말까지 지속되었으며 다른 동유럽 국가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관계를 형성했다. 이러한 양국의 관계는 1960년대 이후 두 나라가 사회주의 진영의 약소국임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정책에 맞서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추구한 것에 기반한다. 즉, 소련에 무조건 복종하는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는 달리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외교정책을 유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967년부터 1969년 사이에 두 나라의 관계는 잠시 소강상태에 빠진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루마니아가 자본주의 국가들과 자유로운 외교 관계를 맺은 데 비해 북한의 국가 정책은 철저하게 이데올로기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북한은 루마니아의 자유로운 외교정책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러나 1970년에 들어서 김일성이 루마니아의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파트너 관계를 활용하기로 결정하면서 두 나라의 관계는 회복되기 시작했다. 김일성과 차우셰스쿠와의 긴밀한 관계는 1971년부터 1988년까지 8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상호 방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루마니아를 통해 얻고자 했던 경제적 이익은 실질적으로 얻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서 북한체제와 정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옹호를 루마니아로부터 줄곧 얻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반면에 루마니아는 북한과의 경제적, 군사적 협력 및 교류 등을 통해 큰 실익을 얻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초반 이후 차우셰스쿠가 김일성에 대해 가지고 있던 개인적인 호감이 1970년대 중반 이후 북한체제에 대한 동경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차우셰스쿠의 국내적 영향력이 점차 약화된 것과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다. 1980년대에 들어서 차우셰스쿠는 본격적으로 루마니아 체제를 북한과 유사한 개인숭배와 이념 중심의 체제로 만들어 가면서 가족 중심의 권력 독점화를 시도하였다. 1980년대에 이루어진 차우셰스쿠의 세 차례 북한 방문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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