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910년 이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차자표기에 대한 연구가 연구자의국적과 학문적 배경에 따라 시대적으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의 차자표기에 대한 초기의 연구는 19세기 역사비교언어학의 영향으로 한국어와 일본어의친연성에 주목한 서양 및 일본 연구자들에 의해 주도되었는데, 특히 일본의 한자가나혼용문에대한 경험은 일본의 연구자들이 향가 해독에 있어 선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 기여하였다. 1930-40년대에는 양주동에 의해 한국인 연구가 본격화되었는데, 그는 풍부한 문헌 자료와 차자법의 이론화를 통해 향가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1945년 남북 분단 이후, 차자표기 연구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북한의 차자표기연구 결과는 고대 국어의 언어적 실체 규명과 민족주의적 관점을 강조하며 고구려어 중심의 삼국어 동질성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되었다. 반면에, 남한의 차자표기 연구는 차자표기법 체계화 및 새로운 자료 발굴과 실증적 어학 분석에 집중하였다. 1990년대 이후 석독구결의 발견은 남한 차자표기 연구에 큰 전환점을 가져왔다. 구결학회발족과 함께 석독구결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으며, 이는 일본 및 미국 연구자들의 관심을 촉발하여 동아시아 한문 훈독 전통 및 문자 차용ㆍ변용이라는 보편적 관점에서의 연구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민족 고유 문자 강조라는 정치적 맥락 하에 석독구결 연구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의 차자표기 연구가 초기의 언어 친연성 연구에서 출발하여 민족주의적관점, 실증적 어학 분석, 그리고 동아시아 문자 문화 및 일반 문자론적 시각으로 점차 확장되어왔음을 논증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의 발전 방향은 연구자의 국적과 학문적 배경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는 점 또한 고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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