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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행군 기간 전후 북한 주민들의 민간신앙 연구: 비극적 죽음, 훼손된 추모 그리고 이어지는 삶

Research on North Korea’s Folk Religion after the Arduous March: Tragic Deaths, Defaced Memorials, and the Lives That Fo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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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노현종
소속 및 직함 서울대학교
발행기관 인문학연구원
학술지 통일인문학
권호사항 102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219-261
발행 시기 2025년
키워드 #북한   #고난의 행군   #무속   #민간신앙   #사회변동   #노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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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 연구는 고난의 행군 전후로 재활성화된 북한의 민간신앙을 분석하였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은 과학적, 무신론적 가치관을 강조하였으며, 종교활동에 적대적이었다. 이 가운데 특히 민간신앙은 비과학적이고 낙후된 사회의 유산이며, 타파해야 할 봉건의 잔재라고 간주하였다. 북한 당국은 대외전략의 일환으로 부분적으로 종교활동을 허용한 적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종교에 적대적이었다. 안정적인 사회주의 통치가 이루어졌을 당시에도 민간신앙과 사후세계에 대한 주민들의 호기심을 완전하게 억누를 수는 없었다. 분단 이전 종교활동의 기억과 습속은 북한 사회에 부분적으로 남아 있었다. 많은 탈북자가 증언하듯이 ‘고난의 행군’이 본격화하면서, 학술적 용어로는 ‘민간신앙’, 북한 용어로는 ‘미신’이 폭증하였다. 이는 대기근 기간 주민들이 많은 죽음을 직접 목격한 것에서 오는 공포감, 자신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서 기인한 것이다. 굶주림 속에서 절도, 사기, 거짓말이 일상화되면서 인간 사이의 사회적 관계도 멀어졌다. 게다가 경제 사회적 상황의 악화로 비극적인 죽음을 추모하기 위한 장례 의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에 망자에 대한 애도와 화해가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이러한 사회적 요인은 수면 아래 있던 ‘민간신앙’을 호명하였다. 추모의 단계에서 벗어난 이후 민간신앙은 개인의 일상으로 들어왔다.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 속의 치병 의례, 탈북 직전의 불안감을 떨치기 위한 의례, 수월한 경제활동과 성공을 위한 의례 그리고 타인을 저주하기 위한 방식 등으로 다양화하였다. 비록 민간신앙이 북한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변환시킨다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지만, 이는 분명히 유의미한 사회변동이라고 할 수 있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