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15년간 북한의 노동당이 경험한 변화는 극적이다. 2010년 이래 4차례의 당 규약 개정 과정을 보면 김정일의 위기관리체제를 물려받은 후계자 김정은이 ‘선군사상’, ‘선군정치’, ‘선군혁명령도’라는 유훈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에 어떻게 대응해 온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또한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대항해 노동당이라는 엘리트 조직을 이끌고 가는 ‘영도자’이자 국가 수반으로서 그가 북한 체제의 정상성(normalcy), 통약성(commensurability), 자율성(independence) 확보를 위해 어떤 전략적 결단을 내려왔는지를 읽을 수 있다. 실제 당규약과 헌법 서문의 변화를 추적하면 노동당의 2010년대와 2020년대 사이에도 미묘한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2010년대의 경우, 냉전기 혁명의 당면목적이었던 ‘사회주의 완전승리’ 강령을 포기하고, ‘사회주의 강성국가’라는 생존전략형 목표와 “자주, 선군, 사회주의”라는 선군유훈을 제도화한 과정이었다. 반면 2020년대는 선군체제를 탈피하고 지양해, 당-국가 체제라는 정상성과 통약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난한 노력의 결과를 당규약과 헌법에 담고 글로벌 정세에 대응해가고 있는 의지(?)의 시대인 듯 보인다. 이 시기 북한의 당-국가 체제화에는 간과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 노동당은 2021년 개정 당규약에 ‘사회주의 완전승리’라는 한 때 삭제했던 전통 강령을 당면 투쟁목표라는 범주를 신설해 새롭게 되살리면서도, 당면 목적이라는 이름으로 ‘부강되고 문명된 사회주의’라는 중국식 표현을 병기하였다. 또한 김정일 선대의 상징으로 등장했던 선군정치방식을 폐기하면서도 국가주의라는 글로벌 추세를 의미하는 ‘우리국가제일주의 시대’와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방식’을 내세우고 있다. 요컨대 김정은 체제는 전통적인 당-국가 체제로의 복귀로만 보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우리국가제일주의 시대’라는 시대규정에서 드러나듯이, 귄위주의 국가들의 효율성과 권능에 대한 강조 즉 국가 예찬이 “사회에 대한 공산당의 대체”라는 공산주의 최대강령을 무색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김정은 남매가 북반부 ‘혁명론’과 남반부 ‘발전론’을 연결하는 매개 고리였던 전국혁명론을 폐기하고 두 개 국가론을 강조하고 있는 것 또한 민족을 국가로 대체하는 또 다른 국가주의적 현상이다. ‘현상타파’ 국가로서 수정주의 북한이 지향하는 바가 단순하지 않음은 그래서이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