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국전쟁기 연구는 여성이 전쟁의 ‘후방(後方)’에 위치한다는 지배적인 전제로 인해 참전 여성의 경험을 주목하지 않았다. 북한지역 비정규군 유격대 출신의 여성 참전 경험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는 황해도 구월산 유격대 출신 여성이 비정규군으로서 자신의 참전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고 의미화하였는지, 특히 참전 경험에 대한 기억의 서사화 과정에서 젠더화된 양상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구술자 이진선은 한국전쟁기 여성 비정규군으로 통신대와 첩보활동 등 참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강조나 의미 부여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전쟁에 의한 고통과 죽음을 문제시하는 반전(反戰)의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이는 전쟁을 통해 발생한 수많은 죽음과 젠더폭력과 같은 전쟁의 부조리(不條理)를 목도(目睹)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생애 속에서 타인을 돌보고 보살피는 역할과 그 과정에서 발현된 자신의 주체성을 자랑스러워하였다. 앞으로 한국전쟁기 ‘구월산 여장군’ 이정숙의 재현의 정치와 여성첩보원의 역할과 활동에 대한 후속 논의가 전개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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