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시로 가즈키의『GO』와 최실의『지니의 퍼즐』에서는 모두 조선학교가 서사의 핵심적인 공간으로 등장한다. 이 글에서는 에스니시티(ethnicity)와 네이션(nation)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두 작품에서 조선학교가 표상되는 방식을 고찰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2장에서는 두 작품에서 재일한인에 대한 차별이 심한 일본 사회에서 조선학교가 에스니시티의 공간으로 가지는 공통된 의미를, 3장에서는 ‘치마저고리’를 매개로 두 작품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는 에스니시티와 네이션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았다.『GO』와『지니의 퍼즐』에서는 공통적으로 조선학교가 ‘일본이라는 네이션’의 차별에 맞서는 ‘조선이라는 에스니시티’의 중심 공간으로 형상화된다. 두 작품에서 조선학교는 ‘조선이라는 에스니시티’의 공간인 동시에 ‘북한이라는 네이션’의 영향을 받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GO』에서 조선학교는 ‘북한이라는 네이션’의 압도적인 영향력 아래에 존재한다. 이와 달리『지니의 퍼즐』에서 조선학교는 ‘북한이라는 네이션’과 ‘조선이라는 에스니시티’의 힘이 공존하는 동시에 충돌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차이는 ‘조선의 에스니시티’를 상징하는 치마저고리 교복이 다루어지는 방식의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기본적으로『GO』와『지니의 퍼즐』에서 조선학교와 그곳의 학생들은 고유한 에스니시티를 인정받지 못하는데, 그것은 일본과 북한이라는 네이션의 압박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러한 면모는『GO』와『지니의 퍼즐』이 모두 국민국가가 지닌 폐쇄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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