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작가의 단편소설은 탈북문학에 대한 연구에서도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이는 탈북 작가의 단편소설이 탈북의 과정이나 탈북 이후 정착기 등 대개의 탈북 문학과는 다르게, 북한 현실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본고의 논의의 대상으로 삼은 도명학과 이지명의 단편소설은 북한인들의 인권 문제에 깊이 천착하는데, ‘인간’으로서 인간의 조건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는 북한인들의 삶이 이 작가들의 단편소설에 여실히 드러나 있다. 도명학의 단편소설은 ‘아이러니’라는 장치를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조건, 즉 ‘행위’를 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것은 특히 ‘생활’의 문제와 연결된다. 도명학의 「재수 없는 날」과 「책도둑」이 ‘생활’의 문제와 인간의 가치, 그와 결부된 행위들을 통해 인간의 조건을 탐색했다면, 이지명의 「복귀」와 「불륜의 향기」는 인간 존재의 ‘의미’에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신의와 사랑을 통해 인간이 인간답게 존재할 수 있다는 주제의식을 통해 규율과 감시의 체제 하에서 도구였던 인간이 존재의 의미를 획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런 의미에서 도명학과 이지명의 단편소설은 탈북 문학의 외연을 넓힐뿐더러 소설적 성취도 이뤄낸 문제작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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