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직후는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는 역동적인 상황이었기에 시간적 경과를 고려하지 않는 좌우파 구분은 일면성을 면하기 어렵다. 더욱이 6.25전쟁을 겪는 동안 모든 문인들은 남한과 북한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결과를 가지고 이전 시기까지 소급적용해서 좌우파로 나누는 것은 역사주의와 거리가 멀다. 해방정국의 아동문학에 대한 그간의 연구는 냉전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조선문학가동맹을 일괄 좌파로 규정한 연구들이 그런 사례이다. 본고는 역사주의에 입각해서 해방 직후의 시대현실과 작품의 상호관계를 살펴보려 했다. 당시의 자료들에 근거할 때, 조선문학가동맹은 좌우합작의 공동전선을 중시했다. 해방정국의 아동문학은 조선문학가동맹의 노선에 동의한 좌우합작 중도파가 대세를 이루었다. 이들은 일제 잔재의 청산, 봉건주의 잔재의 청산, 국수주의 배격, 완전한 자주독립, 분단 극복 등을 주제로 하는 작품을 썼다. 그렇기 때문에 1948년 8월 15일 단독정부의 수립은 ‘새나라’의 건설이 아니라 그 좌절로 보는 관점이 대부분이었다. 친일파가 부활하고 분단이 고착화되는 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작품은 많았어도 정부 수립의 기쁨을 노래한 작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점은 1945년 8월 15일 해방의 기쁨을 노래한 작품들이 다수인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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