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생존 회로를 따라 국경을 넘는 탈북 여성이야말로 서발턴의 현재적 형상이라 판단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 탈북 여성 작가들의 글쓰기를 연구하였다. 최근 한국 소설에서 다수 이루어지는 ‘한국인-작가’의 ‘탈북-여성 인물’ 재현이 주체와 대상의 불일치에서 비롯하는 윤리적 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서발턴의 목소리를 통해 글쓰기 의도와 행간을 살펴야 하는 것이다. 다수의 탈북 여성들이 탈출 과정에서 폭력과 학대, 성적 착취를 겪고 탈출에 성공한 경우에도 그 시기는 트라우마로 남는다. 외상 사건은 시도 때도 없이 경험자에게 침투하며 사건을 경험한 당시의 정서적 강도를 동반하기에 탈북 여성 작가의 글쓰기는 트라우마에 고착되어 있는 인물의 현재적 고통을 증상으로써 쓰는 작업이 된다. 『청춘연가』에서 우울증은 딸을 내면에 합체해버린 인물의 층위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세 작품 공통적으로 탈북자가 고향과 맺는 관계와 관련하여 작가 층위에서 작동하기도 한다. 탈북 여성 작가에게 인정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는 양가적 대상이 고향(북한)이라 할 때, 강력한 증언의 욕망과 더불어 한국 사회 정착에 의지를 보이는 글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애증의 대상을 내면화한 우울증적 주체에 다름 아니다. 한편 텍스트 소통 구조 안에서 탈북 여성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밝힘으로써 이 사회에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고통과 죽음에의 접근, 슬픔과 같은 단수성의 경험을 전달하는 데 적합한 언어를 찾지 못하며, 자기 증명의 서사는 완성되지 않는다. 이때 자기 서사의 불가능성을 보여주는 이들의 글쓰기야말로 인간의 근본적 취약성과 상호 의존성을 보여주는 집합기억에 해당한다. 그녀들의 글에서 독자들은 인간 존재의 겸손과 무지를 배운다. 그렇기에 탈북 여성 작가의 글을 읽는 과정에서 완전한 대답을 기대하지 않고 계속 누구인지 묻는 것만으로도 그녀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려는 주체의 윤리가 발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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