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학에서 재평가된 고려시대사의 한 주제가 대몽항전사이다. 그 첫 번째 계기를 삼별초에 대한 재평가에 의하여 1940년대 초 김상기 선생이 만들었고, 그 두 번째 계기를 만든 것은 1970년대 초 강진철 선생이었다. 그 ‘두 번째 계기’를 간단하게 표현하면, 몽골과의 전쟁에서 ‘민중’을 발견한 일이었다. 강진철(1917-1991)은 사회경제사의 연구 분야를 평생 천착한 대표적 학자이지만, 고려시대 거란 및 몽고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업적을 남겼다. 강진철이 제안한 몽고 침입에 대한 시기 구분은 지금으로서는 가장 유효한 틀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몽항쟁 항전의 주체로서 노비, 농민과 같은 민중들을 부각한 것, 삼별초 봉기의 역사적 의의를 민중의 반몽, 반정부 항전에서 찾은 견해는 지금도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의 대몽항전 민중주체론은 북한사학의 ‘인민 항전론’과는 구별되는, 사실에 대한 객관적 파악에 의한 결론이었다. 강진철의 연구가 현재에도 여전히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토대로 한 그의 역사적 통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은 대몽항쟁사 연구에서도 일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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