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오늘의 세계는 살벌하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을 모토로 한 지구시장에서는 낯선 이방인이 결코 ‘이웃’으로 환대받지 못한다. 단지시장에서 나와 더불어 겨루는 또 하나의 ‘상품’에 지나지 않기에, 낯선 이방인의 출현은 언제나 갈등과 불안을 동반한다. 이 글은 우리 사회의 여러 이방인 중에서도 탈북자에 초점을 맞추어, 이들에게 ‘이웃되기’를 실천하기 위한 윤리적 자원을 모색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관찰은 모든 탈북자가 다 배제와 차별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탈북자 중에서도 북한체제를전면 부정하고 남한체제에 과잉 찬동하는 경우에는 얼마든지 ‘환대’를 받는데, 이러한‘조건부 환대’가 참으로 윤리적인가 하는 물음이 이 글의 주요 관심사다. 그 답을 찾기 위해 기독교윤리에서 ‘이웃 사랑’의 모범으로 종종 제시되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레비나스와 데리다의 철학적 윤리에 비추어 숙고한다. 이는 세속화 시대에도 기독교윤리가 여전히 인문학적 토대를 공유하고 있음, 혹은 할 수 있음을 드러내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사마리아인의 선함은 단순히 이웃의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에 있지 않고, 오히려 타자의 ‘타자성’을 훼손하거나 침범하지않은 채로 도움을 베푼 점에 있음을 밝혀낸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