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1970년대, 기존의 동서관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남북문제가 새롭게 대두하면서 국제 냉전질서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다. 한국의 외교 능력과 국제적 존재감을 ‘반성적’으로 되돌아보는 움직임이 형성되었는데, 그 핵심에 바로 “제3세계”가 있다. “제3세계”는 국가의 실리가 달린 장이자 남북한 대결이 벌어지는 장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띠게 된다. 그러나 1960~1970년대 한국에서 “제3세계”라는 실체 혹은 이념이 국가주의적 관점에서만 소모된 것은 아니었다. 이 시기가 지성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 그것은 “제3세계”를 둘러싼 인식론적 지평에서 주목할 만한 흐름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제3세계”를 대상화하거나 외부화하지 않고 자기화함으로써 출현할 수 있었다. 이 글은 1960~1970년대 제3세계론의 전개를 살펴보고 대화적 관계 속에서 제3세계문학론의 위상을 고찰한다. 제3세계문학론의 장에는 사회과학적 기원을 지닌 “제3세계”라는 논제가 인문학으로 넘어오면서 대항지식으로 구축되어가는 양상이 또렷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글은 신식민주의론, 네오내셔널리즘, 민족경제론, 민족문학론을 검토하면서 이들이 제3세계론 및 제3세계문학론과 맺는 관계를 규명하고 특히 백낙청의 제3세계문학론을 ‘책임’이라는 문제틀에서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그리고 ‘민족’, ‘민중’, ‘제3세계’라는 의미론적 단위를 통해 표명되고 추구된 대항지식의 열정이 오늘날 어떻게 재구축되어야 할 것인지를 탐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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