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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과 자멸(自蔑), 식민지민 디아스포라의 재현-기억-손소희의 『남풍』(1963)을 중심으로

A sense of deception and self-destruction, a representation and memory of the colonial diaspora -A study on Son So-hui's work The Wind from the South(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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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안수민
소속 및 직함 연세대학교
발행기관 한국문학연구학회
학술지 현대문학의 연구
권호사항 (62)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251-283
발행 시기 2017년
키워드 #손소희   #『남풍』   #귀환 서사   #만주국   #이등신민   #식민지민 디아스포라(colonial diaspora)   #디아스포리제이션(diasporization)   #1960년대   #냉전   #샌프란시스코평화체제   #식민주의   #안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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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1945년 ‘해방’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제국 전역에 흩어져 있었던 사람들을 대규모로 이동시켰다. 귀환은 사람들로 하여금 물리적‧정신적 감각의 급진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과정이었고, 또한 많은 이들이 공유했던 집단 경험이었다. 대개 해방 직후 한반도에서 쓰인 귀환서사는 유랑자로서 겪은 고달픈 여정을 바탕으로, 이후 새로운 국민국가에 소속됨으로써 얻을 수 있을 정신적 물리적 안정감을, 그리고 그것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를 표현하는 단순하고 폐쇄적인 서사의 형태를 취했다. 그러나 손소희의 『남풍』은 기존의 귀환서사의 구조를 따르면서도, 민족주의 및 국민국가 이데올로기로 포섭되지 않는다. 이 차이는 작품의 주요 화자가 식민지민 디아스포라라는 점에 기인한다. 역사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할 때마다 가장 먼저 도태되고 소외되는 이들은 ‘해방’ 이후에도 여전히 난민화된다. ‘해방’, 귀환의 장면은 난민, 디아스포라들의 타자화 뒤에 오는 것이기에 기만적인 것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고, 『남풍』은 이 역사적인 장면을 ‘희한한 것’, 즉 이상한 것으로 포착했고, 이는 작품의 주요 화자인 세영이 ‘이등신민’으로서의 재만 조선인, 식민지민 디아스포라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 성립 이후 동아시아의 질서는 새롭게 재편되었다. 제2차 대전의 주요 전범국이었던 일본은 1951년 9월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 체결 이후, 냉전 체제 하 미국주도로 고안된 반공블럭 내에서 (공산주의 확산을 저지하는) 아시아 방위를 담당하는 국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제 원조를 강력히 필요로 했던 경제적 후진성, 동시에 북한과의 치열한 체제경쟁을 치러야 했던 1950년대의 제반 상황은 남한으로 하여금 대일관계를 타협적으로 이끌어가도록 만들었다. 1950년대 이승만 정권이 견지했던 반일 정책이 1960년 4.19혁명으로 일거에 퇴조하자, 한-일관계는 급격한 유화국면을 맞게 되었고, 식민지의 기억은 일본에서나 남한에서나 소거되어야 했다. 『남풍』이 발표된 1963년은 한일국교정상화와 그로 인한 반대 투쟁이 개시되기 이전의 시기였지만, 냉전 체제 하 남한-일본의 기만적인 관계는 1950년대 이후부터 예비된 것이었다. 『남풍』은 식민지민 디아스포라가 갖는 기만성을 식민지기-해방기에 이르는 대서사를 통해 재현함으로써, 기만적인 역사의 기억과 일거에 단절한 남한과 일본, 그리고 동아시아의 역사적 기만성을 되비춰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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