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의 해방 이후 발표 작품에 나타난 주요 인물은 해방 이후의 시기에 북한의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월남 직후 임화 주도의 조선문학가동맹 이데올로기, 남한의 반공주의․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중상층 월남인 유형의 대응․적응 양상을 잘 보여줬다. 그동안 황순원의 해방 이후 발표 작품은 주로 순수서정이나 적극적인 현실 형상화․비판으로 언급되었으나, 좌우 이데올로기 대응이라는 측면에서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이 논문에서는 호미 바바의 탈식민주의론과 슬라보예 지젝의 이데올로기론을 참조해서 시 6편과 단편소설 7편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우선 황순원은 시 6편과 소설 「술 이야기」에서 모든 계급의 인간이 지님에도 그 논의가 허용되지 않는 사적 소유의 욕망과 비(非)계급적․성애적인 사랑을 소재화했는데, 그 소재화 자체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시선을 균열내는 일종의 응시가 되었다. 그리고 황순원은 소설 「아버지」․「황소들」․「집 혹은 꿀벌이야기」에서 10월 항쟁․통일전선 등의 논리를 펼친 조선문학가동맹의 이데올로기를 따르면서도, 엉터리 흉내를 내거나 지주/소작농의 이분법적인 논리에서 벗어나는 사고를 하면서 그 이데올로기를 위반했다. 마지막으로 황순원은 소설 「목넘이마을의 개」․「두꺼비」․「담배 한 대 피울 동안」에서 전재민이 문제집단이라는 남한 사회의 이데올로기적인 환상이 주요 우익 집단이나 전재민 내부에서 있음을 지적․비판했다. 이렇게 볼 때에 황순원의 해방 이후 발표 작품에 나타난 주요 인물은 해방 직전까지 북한 사회에서 상층계급으로 살다가 해방 이후에 남한 사회로 건너온 중상층 월남인이 해방기의 현실체제를 형성한 2좌1우 이데올로기에 대응․적응한 양상을 비교적 잘 보여줬다. 황순원은 2좌1우 이데올로기의 혼란․폭력․강요․선택 속에서 반공주의․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나름대로 수용하고 그 속에서 생존을 모색한 중상층 월남인의 전형적인 유형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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