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952년부터 1989년까지의 북한 포스터 150장에 나타난 여성의 도상을 고찰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사회주의 체제라는 미명하에 설립된 북한 사회에서 여성의 이미지가 어떠한 유형으로 시각화 되었는지에 대하여 조형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연구 대상은 네덜란드 레이든 대학(Leiden University)의 협조를 얻어 북한 포스터 컬렉터인 빌렘 반 데 비즐 (Willem van der Bijl) 컬렉션을 모 표본으로 하여 진행하였다. 연구는 도상의 유형을 크게 생산자형, 소비자형, 찬양/숭배형, 질서유도형, 화합주도형, 어머니형의 분류로 나누어 각각의 도상에 대한 시선 및 표정, 제스쳐, 소도구, 배경, 슬로건 등의 분석을 통해 이러한 시각 기제들이 모여 여성 도상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북한 포스터에 등장하는 여성 도상은 생산자형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산자형을 세분화하여 분석한 결과,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 도상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반면, 농업과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도상이 생산자형 도상의 대부분을 차지함을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1989년 이전까지의 북한의 여성은 주로 농업과 산업의 생산력 증대를 위한 노동력으로 시각화되고, 도상화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에 반하여 포스터 속 여성 도상 가운데 소비자형 도상은 거의 나타나지 않아, 생산과 소비 모두를 강조하는 자본주의 사회와는 달리, 북한 사회는 기본적으로 생산력 증산에 집중하고 있는 사회임이 드러났다. 드물게 나타나는 소비자형 도상들은 적극적 소비를 하는 여성의 모습 대신, 국가와 사회를 위해 저금을 하는 모습들이 나타났는데, 이는 이 시기의 북한 여성들이 소비 주체로서의 위치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 찬양/ 숭배형에서는 정면 자세와 시선 및 표정으로 인해 권위를 부여하였고, 어머니형에서는 모든 국가적 노동력의 근원이 어머니임을 암시하는 도상을 그려냄으로써, 북한 정부에서 바라보는 여성의 인식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는 북한의 여성 도상에 대한 시각적 특징을 알아보는 것을 넘어, 그동안 정치적 선전 도구로만 여겨온 북한 포스터를 디자인적 시각에서 살펴봄으로써, 새로운 관점의 틀을 마련했다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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