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951년 7월 전시에 창간되어 전후에 전성기를 누린 월간 <희망>이 갖는 시대사적 맥락과 의미를 전후 레짐(postwar regime)의 설명코드로 규명하고자 했다. 희망사의 다른 방계잡지와 달리 월간 <희망>은 <주간희망>과 ‘희망’의 제호를 공유했기 때문에, 이 글은 월간 <희망>을 중심으로 <주간희망>도 참조하여 이를 잡지 ‘희망’으로 표현해보았다. 전후 레짐은 ‘준전시-전시(전쟁)-전후’로 이어지는 분절과 연쇄를 가리키기 위해 필자가 상정한 용어이다. 이 전후 레짐은 식민지배자이자 패전국인 이웃 일본이 한국전쟁의 특수에 힘입어 1955년에 ‘이제 전후는 끝났다’고 선언한 것과 대비되는 뒤늦은 시차를 겪게 되는 1950년대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의미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글로벌한 냉전과 뒤늦은 시차의 지역적 전후가 교착했던 1950년대의 이 전후 레짐 속에서, 반공과 재건 담론 및 원조와 검열의 통치성은 출판자본의 영리 추구와 길항하는 모순과 긴장을 빚어냈다. 잡지 ‘희망’은 1958년 정간과 속간을 거듭하기까지 1950년대의 특정한 시대상을 공유하며 몇 차례의 변곡점을 보여주었는데, 특히 대표적인 대중오락지로 간주되어온 월간 <희망>의 변모와 갱신은 이 전후 레짐과 연관하여 새롭게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중심 논점이다. 이를 위해 1장과 2장에서는 지금까지 자료 접근의 제약으로 인해 그 전모와 실태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잡지 ‘희망’에 대한 실증적 기초 작업이 행해졌다. 이를 토대로 3장에서는 월간 <희망>에 초점을 맞추어 코너 간 배치와 내용을 다루었다. 여기서 북한 발 신남철의 ‘생활의 아메리카니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신태양>과 <여자계>와 더불어 월간 <희망>을 그 타깃으로 삼고 있었다. 이 ‘생활의 아메리카니즘’의 적극적 유포자로 낙인찍힌 월간 <희망>은 한편으로 영화 코너들을 활용한 독자대중의 아메리카니즘에 대한 선망과 욕구를 자극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전시 수행을 위해 증대된 미군과 미군 기지의 현존이 야기한 전후의 문제들을 여성 섹슈얼리티로 매개하고 전시하게 된다. 잡지 ‘희망’은 1950년대 대중지의 매체 지형을 공유하면서, 전후 한국사회의 급격한 아메리카니즘을 이른바 지식인과 파워엘리트들의 견문과 시찰 등의 고급문화와 여성 섹슈얼리티의 과잉과 연루된 질 낮은 아메리카니즘의 하위문화로 분절하는 매체 지향과 전략을 선보였다. 월간 <희망>을 필두로 한 잡지 ‘희망’의 이러한 변모상이야말로 전후 레짐과 연동된 1950년대 대중지의 존재방식이기도 했다는 점을 이 글은 4장에서 결론 삼아 제시하였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