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최인훈 소설인 <광장>, <회색인>, <서유기>에 나타난 근대 국가에 대한 폭력적 경험과 그에 대한 디아스포라가 갖는 감성(불안, 공포, 사랑, 부끄러움 등)에 대한 재현을 살펴보았다. 근대 시민이 경험하는 감성은 국가 이데올로기를 탈맥락화하며 정치적 수행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근대국가의 권력 시스템 속에서 디아스포라는 수동적으로 반응하거나 무비판적인 정체성을 내면화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문화와 정치를 경험하면서 수행적이고 유동적인 주체성을 재구축한다. 바로 그러한 능동적 수행성에 기대어 디아스포라의 감성이 내재하고 있는 정치성을 밝히려고 하였다. <광장>은 이명준이 근대 국가의 시민으로서의 자격을 획득하고자 하는 욕망의 과정을 재현한 작품으로, 정치적 폭력에 대해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사랑’이라는 감정에 기대어 북한과 남한, 제3세계로 디아스포라한다. <회색인>의 독고준은 한국이 근대화되지 않았다는 인식 속에서, 제국의 피식민지인으로 살아가야한다는 공포를 경험하고, 제국의 식민 담론이 강요한 폭력적 전쟁 경험을 개인의 생-체험으로 재인식하려고 노력한다. 이때 사랑의 감정은 근대 국가의 폭력과 위선을 전유하는 탈출구이다. <서유기>는 환상여행을 통해 근대 시민의 (무)의식과 생활에 내면화된 식민 담론의 의미를 폭로한다. 근대성에 대한 환상과 그것이 모순적으로 발현되는 정치적 공간(W시)에 대한 환멸감을 ‘부끄러움’으로 전유하면서, 독고준이 경험하는 부끄러움이 다양한 역사적 맥락과 정치적 의미를 갖게 됨을 밝혔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최인훈 초기 장편소설이 갖고 있는 감성의 스펙트럼을 재인식하며, 20세기를 관통하는 정치적이면서도 ‘존재’ 그 자체로 살아남으려고 했던 디아스포라의 삶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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