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1990년대 경제위기 이후 남북한 체제성격을 비교하는 데 목적이 있다. 체제비교는 렌트이론을 바탕으로, 경제잉여, 경제체제, 생산관계, 정치와 경제의 관계 등 네 가지 분석수준에서 이루어진다. 남한은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을 실시하고 세계시장 통합과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심각한 변화를 경험했다. 재벌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독점적 시장구조가 강화되었고, 탈규제의 정치적 결과 국내경제가 해외시장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재벌과 대기업의 시장독점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노동시장 유연화로 실업률과 비정규직 비율이 증가했고, 소득불평등은 악화되었다. 게다가 사회적 안전망의 부족, 주택가격과 교육비용의 증가로 인한 가계지출이 증대되면서 과소소비적 내수시장 침체가 지속되었다. 민주화 이후 자본은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한 반면, 시민사회는 보수화되고 파편화되었다. 남한체제는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렌트자본주의 국가’로 전환되었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 이후 계획경제가 유명무실해지고 시장화가 확산되었다. 국내 생산시스템이 마비되면서 해외원조와 광물자원 수출 등을 통해서 획득한 외연적 렌트에 의존했다. 지배권력은 권력과 특권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시장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력은 새롭게 부를 축적한 돈주와 비호관계를 형성하여 렌트를 수취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상당수는 주변계층으로 전락했다. 북한체제는 저발전 사회의 특성을 가진 ‘정치적 렌트수취국가’이다. 즉, 남북한 관계는 1990년대 경제위기 이후 냉전적인 대립관계일 뿐만 아니라 구조적 이질성을 가진 남북국 관계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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