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북한 학계의 입장에서 쓰여진 덕흥리벽화고분에 관한 초기 보고서의 분석 및 관련 묵서들의 판독안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현실 동벽의 칠보행사도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불교적 이상이 특정한 전거(典 據)를 가지고 있으며, 이 내용이 그림과 묵서 표현에도 상당부분 반영되었다는점 등에 주목하였다. 이에 고분의 전체적인 구조 속에서 칠보행사도가 차지하는 위치를 먼저 살폈고, 이후 도상의 묵서 판독과 해석, 그리고 등장인물들의특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였다. 특히 불교행사로서 칠보행사가 지니는 종교적의미를 『무량수경』 등 관련 경전의 내용을 통해 밝힘으로써 그림에 등장하는인물들의 성격, 그리고 ‘중리도독(中裏都督)’ 및 묘주 진(鎭)과의 관계에 대한기존 이해도 재고해보았다. 칠보행사는 고구려 중앙 정부의 개입 하에 개최된 공적 행사라기보다는 지위나 재산이 있는 인물의 일상적인 공간 혹은 그와 멀지 않은 곳에서 열렸던 사적인 성격의 행사였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칠보행사도를 고구려 중앙과 묘주[鎭]의 밀접한 정치적 관계를 드러내는 자료로 해석하기는 어려우며, 5세기 초반 당시 이 지역에 안치된 소규모의 집단이 자신들의 문화적 특성을 유지하며장기간 거주했던 양상을 보여주는 자료로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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