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를 고려할 때 중요한 문제인 코리언의 정서적 통합을 위하여 ‘고향으로서의 북녘’ 문제를 논하였다. ‘북’과 관련된 것에 대한 적대감이 북녘에 고향을 둔 이들에게 이산의 아픔을 가중하고 있는지를 탈북민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남한사회의 북에 대한 적대감 내지 거부감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탈북민에게 질책과 비난으로 이어지기 쉬웠는데, 그러한 민낯의 감정들은 인터넷공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탈북민들의 망향의식은 탈북민이 주관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진솔한 마음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글은 인터넷공간을 중심으로 탈북민의 망향의식을 둘러싼 양쪽의 솔직한 이야기를 살펴보면서 ‘고향’을 중심에 둔 코리언의 정서적 통합에 대한 가능성을 논하였다. 2016년 탈북민 대상 설문조사 및 2012년에 일어난 탈북민 재입북 사건에 대한 인터넷 공간의 댓글은 남한주민들의 시선을 확인하게 하였다. ‘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탈북민들의 의사는 곧 ‘기회주의자’, ‘간첩’ 등의 비난으로 이어졌으며, 일부 탈북민의 일탈행위는 탈북민 전체에 대한 평가로 확대되어 있었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일부 탈북민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마저 오해되는 상황에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둘러싼 논쟁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분단 트라우마의 단면이었다. 탈북민의 북한 지향성에 대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인간의 원초적 정서는 배제되어 있고, 곧 ‘재입북 의사’라고 단정하는 의혹의 시선만이 자리잡혀 있었던 것이다. 한편 탈북민들이 남한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인터넷공간 속 탈북민의 망향의식은 일상적이고도 강렬했다. 탈북민들이 주관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상 곳곳에서 자극되는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기억하는 고향은 이상화된 아름다움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고향의 풍경은 북한의 어두운 면을 담은 장면들이었다. 이들이 떠올리는 고향의 풍경은 이상화된 고향이 아니라,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이나 척박한 환경과 고된 노동 현장의 장면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리움과 결부된 정서에는 아픔과 죄의식이 있었다. 즉 탈북민들이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고향의 풍경은 고향을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상기시키고 죄의식을 자극하는 장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북녘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할 때이다. 남한사회에서 탈북민은 자유롭게 고향에 대한 애착과 아픔, 죄의식을 드러내기 어렵다. 그리고 여러 방면에서 이들의 ‘주체적 말하기’는 계속 위축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의 고향과 결부된 상처는 계속 가중된다. 그러한 점에서 탈북민들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이들에게 ‘치유’의 역할을 하고 있는 ‘친밀권’으로 기능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치유의 기능이 지속되기 위해서 이들의 친밀권은 보다 공적인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탈북민들의 망향의식에서 발견되는 이중적 장소애는 이 사회의 공동체로부터 공감과 긍정을 획득할 만한 요소를 지니고 있으며, 북녘이라는 금기의 땅이 회복해야할 ‘코리언의 고향’으로 재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탈북민의 망향의식을 중심에 둔 코리언의 정서적 통합은 그간 북에 고향을 두고 아파했던 실향민과 코리언 디아스포라의 연대를 통해 가능하며, 더 넓게 확대하면 급격한 사회변동을 경험하고 낙후한 고향을 떠나온 중장년 세대의 공감을 통해서 가능할 수 있다. 즉 ‘떠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하지만 고향이기에 그리운 곳’이라는 탈북민의 망향의식은 코리언의 공적 기억으로서 정서적 통합의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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