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영화’를 실체로 정의하는 것에서 한걸음 벗어나 ‘개념’으로 접근하려는 시도이다. ‘영화’라는 문화기술적 매체가 조선으로 수입되면서 함께 전파된 ‘영화’라는 개념의 궤적을 추적함으로써, 기술 혁신에서 서사 매체, 그리고 문화 산업으로의 전환된 ‘영화’의 개념적 경로를 분석하는 것이다. 한국이라는 지정학적 위치에서의 ‘영화’는 영화가 수입된 시기부터 지금까지 보편적 ‘영화’, 즉 영화의 기준이 되어 버린 할리우드와의 대립과 모방 사이에서 개념적 분화가 계속되고 있다. 예컨대 '영화' 수입 초기에는 형식과 형태는 모방 대상으로 하면서도 내용이나 서사에서는 '차이'를 강조하며 ‘조선영화’, ‘국산영화’, ‘방화’ 등의 개념을 구축하였다면, 20세기 말부터는 내용이나 서사의 차이 또한 희미해지고 오히려 산업적 가치에 주목하여 ‘한국’ 경제의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으로서 ‘한국영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조하는 ‘코리안시네마’ 등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개념사적 방법을 통해 ‘민족-영화’의 개념을 살펴보는 것은 식민-독립-전쟁-산업화-민주화 등의 역사적 국면을 거친 현재 한국에서 ‘영화’의 역사적 기원과 변천 과정을 통시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이며, 동시에 역사적으로 구성되는 ‘민족-영화’ 개념의 불균등성과 불완정성을 확인하려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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