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탈북 작가의 글쓰기와 자본의 문제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며 탈북자들의 수는 이전에 비해급격히 증가하였다. 2000년대 들어 탈북 문제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의 증가와 함께, ‘탈북 문학’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탈북 문학과 관련하여북한 사회와 탈북자의 인권 유린, 여성 문제, 정치범 수용소, 남한 사회에서의 적응, 탈북 디아스포라 등 다양한 문제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탈북자와 자본의 문제는 의미 있는 지점이다. 탈북자들을 단지 한국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관찰하고 비판하기 위해 기능하는 도구적 존재로만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은 사회주의 독재 체제의 균열이 발생한 지점에틈입해온 자본의 실체에 접근한 경험과 기억을 갖고 탈북해 왔으며, 이것은체제와 경제 상황 등 거시적인 요인들의 종합적 결과이다. 본고에서는 탈북자 출신 작가들의 2000년대 이후 소설 작품들을 대상으로, 탈북 작가들이 직접 서사화하고 있는 글쓰기 욕망과 자본의 문제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이를위해 김유경, 이지명, 도명학, 장해성 등 지속적으로 소설을 발표하며 남한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탈북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이전까지 주로 한국 작가의 소설 속에 등장한 탈북자들의 모습과 그들의 자본인식이 남한 사회 비판으로 이어지는 양상에 대해 주목해왔다면, 탈북 작가가 직접 서사화하고 있는 북한 ‘장마당’ 경제에서부터 탈북 과정의 교환성 인식 및 한국 사회에서의 자본주의 탐색 등에 대해 살펴보고, 탈북 작가의 글쓰기와 시장성이 맺는 관계에 대해서도 분석하였다. 탈북 작가들의 소설에서는 장마당을 중심으로 북한 주민들이 자본에 대한 인식 변화를 겪는 과정이 자주 나타난다. 이때 장마당의 형성은 체제의통제력에 균열을 드러내는 기능을 하며, 그것은 스스로 삶을 이끌어가야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이와 동시에 장마당을 중심으로 하는 교환경제의 양상은 강력한 독재 체제 속에서 오히려 주민들의 삶을 더욱 위협하는불안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균열의 지점에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비판 행위의 가능성이 열리게 되며, 그 과정에서 지식인의 반성적 성찰이 수반된다. 탈북 작가들의 글쓰기는 정치적, 이념적 논란의 대상인 북한이라는 체제의 폐쇄성을 다루면서 탈북자로서의 진실성과 정치적소명의식을 동시에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빈곤을 벗어나 이주한한 개인으로서의 인식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층위가 단순하지 않다. 북한 체제 내부에 대한 비판이나 탈북 과정에서의 고통에 대한 형상화와 함께 탈북 이후의 삶과 적응 문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탈북자들의 형상화는 그들이 자본주의 체제의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재탄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동시에,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탈북자들은한국 사회에서 ‘차이’를 보여주는 존재들이지만, 그러한 차이로 인해 새로운 창조적 유목민으로 기능하며 한국 사회에 또 다른 상생의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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