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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팔양 시와 낭만적 코즈모폴리턴

Park Pal-Yang’s Poetry and Romantic Cosmopolita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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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영주
소속 및 직함 부산대학교
발행기관 한국문학회
학술지 한국문학논총
권호사항 (77)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135-165
발행 시기 2017년
키워드 #박팔양   #낭만성   #코즈모폴리턴   #카프   #구인회   #만주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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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박팔양은 서울에서 만주를 거쳐 북한에 정착하는 인생 역정을 겪으며 식민지조선의 역사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엘리트출신으로서 학창시절부터 여러 문인들과 교분을 쌓았고 신문기자로 근무하며 카프와 구인회에 가입하여 활동한 한편 만주시기에는 조선어 신문 『滿鮮日報』의 학예부장, 편집부장을 맡아 국문학이 위축되던 시기에도 조선어문예를 적극 추진하는 등 문학사적으로도 중요한 위치에 놓이는 시인이다. 해금이후 박팔양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어오고 있으나 만주시기의 이력과 작품내용 때문에 특정 작품이 논의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있다. 『滿洲詩人集』에 수록된 「사랑함」과 「季節의 幻想」은 일본제국주의에 협력한 결과 생산된 친일시로 분류되어왔기 때문이다. 박팔양이 일제의 기관지인 『滿鮮日報』에서 부장을 역임하고 이후에 협화회 홍보과에서 근무한 경력을 근거로 하여 정치적 세계관과 예술적 세계관을 일치시키려는 작품분석 태도는 시인의 개인사에만 입각하여 시를 이해하려는 방식으로서 근원적 오류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의도적인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편협하고 단순한 시각에서 벗어나 앞에 언급한 작품들을 다시 살펴볼 의의가 있다고 본다. 그러려면 박팔양의 전신을 설명할 수 있는 시세계를 관류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사실은 박팔양의 시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낭만적 시관이다. 창작초기부터 북한의 체제 지향적 문학에 편승한 후기에까지 걸쳐 박팔양의 시에서 꾸준히 드러나는 특징은 낭만성이라고 볼 수 있다. 신경향파문학과 모더니즘문학을 넘나들 때에도 그의 작품에서는 낭만주의적 특성이 발견되고 이것은 코즈모폴리턴 상상력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식민지지식인이 지닌 주변인적 감수성은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는 이국을 향한 관심을 통하여 자신의 신분적 제약을 세계시민이라는 다소 낭만적 감성에 젖은 위상으로 재정립하고자 하였다. 박팔양의 낭만적 코즈모폴리턴 의식은 시대를 대변하는 사상적 지향점이었다. 문제적 작품인 「사랑함」과 「季節의 幻想」은 일제를 의식해서 지은 것이라기보다는 만주라는 국제적 대도시를 목격한 시인이 극대화된 코즈모폴리턴 상상력을 표출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제국주의의 건설야욕으로 조성된 도시문명의 화려함을 추수하는 것으로만 「季節의 幻想」을 볼 것이 아니라 내재된 혼종적 감정을 읽어내고, 민족주의적 애국심과 코즈모폴리턴 박애주의가 결합된 의미로 「사랑함」을 해석한다면 이제까지의 일방적 해석을 초극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박팔양의 『滿洲詩人集』 수록 시가 문학사에서 외면 받고 지탄받아야할 것으로만 이해될 것이 아니라 식민지근대의 시인이 취한 하나의 지향점이 드러나는 작품으로 해명될 때 박팔양의 문학사적 궤적은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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