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인 면에서 북한 형사소송법의 증거편은 법치국가 형사소송절차에 근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학수사의 원칙 및 증거재판주의(제29조 제1항, 제31조), 적법절차에 의한 증거수집의 원칙(제29조 제2항), 자백배제법칙(제37조 제1항), 자백보강법칙(동조 제2항), 증거평가에 있어서 자유심증주의(제36조) 등을 선언하고 있다. 또한 증거의 수집․압수, 증거의 등록 및 고착, 조서의 작성, 증거물의 보관, 증거의 검토 및 평가, 압수․수색시의 참여자 규정, 증거물의 이관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정들이 대한민국 형사소송법에 비해 형식적 완결성 면에서 크게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33조는 증거의 수집에 있어서 각성된 군중들의 힘과 지혜에 튼튼히 의거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형사소송법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북한‘인민’공화국 형사소송법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내용을 더 들여다보면 실질적인 면에서 북한 형사소송법 증거편은 법치국가 형사소송법의 관점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한계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를 찾아본다면, 우선 형사소송법 규정은 과학적 증거에 기초한 증거재판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문헌에서는 혐의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여전히 ‘계급적 입장’ 내지 ‘혁명에 이로운 결론’을 최후의 기준으로 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진술자의 계급적 처지와 정치적 환경, 의식수준과 당성(黨性)의 정도 등이 중요한 판단의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범행부인진술이 거짓으로 판명될 경우 범죄증명을 의제하는 원칙(제37조 제3항)도 국가의 입증책임을 면책시키고 피의자에게 사실상 진술을 강요하는 장치로서 법치국가 형사소송법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운 제도이다. 또한 법치국가 형사소송의 기본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 및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에 돌린다는 in dubio pro reo! 원칙’, 전문증거의 증거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전문법칙 등이 자본주의 부르죠아 형사소송에서의 기만과 위선책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배척되고 있다. 나아가 증거평가와 관련하여 자유심증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증거를 평가함에 있어서 ‘당 및 노동계급의 노선을 중시’해야 한다는 한계를 함께 주고 있다. 북한 형사소송법 증거편의 내용이 아직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 인권 및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절차적 정의가 구현되는 바탕 위에서 실체적 진실발견이 추구되는 수사․재판절차가 가동되고 있을 것이라고 믿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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