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조선문학가동맹 기관지 『문학』에 발표된 이태준의 「해방전후」는 식민 말기와 해방 직후의 한반도 정세, 작가의 식민 경험과 해방이후 문단 상황, (탈)식민 지식인의 내면에 대한 문학적 증언으로서 그 문학사적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이 작품이 1949년 평양 문화전선사에서 간행된 이태준의 작품집 『첫 전투』에 재수록될 때, 개작되어 실렸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논문은 「해방전후」의 1949년 개작이 초기 북한의 문화정책과 월북 이후 이태준의 내면을 읽어내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판단 하에, 「해방전후」의 1946년과 1949년 두판본을 비교 분석한다. 이 논문은 특히 1949년 판본에 드러나는 식민 기억의 변화에 주목하여, 식민지 시기와 해방의 순간이 기억되는 방식, 작가 자신의 시국협력 행위와 식민지 시기 문학세계에 대한 평가 등이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고찰한다. 이를 통해 「해방전후」에 특징적이었던 작가의 반성적 목소리는 약화되며, 일제의 억압과 저항하는 작가라는 단순한 민족주의적 대립구도가 강화되는 양상을 살펴볼 것이다. 이런 일련의 변화들은, 때로 「해방전후」의 서사가 보여주었던 섬세하고 성찰적인 내면 표현과 상반되는 북한문학의 이념적 도식성을 그대로 답습하며, 때로 작가가 고치지 않은 부분과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1949년 텍스트에 드러나는 균열과 불안을 세밀히 읽어냄으로써, 이 연구는 「해방전후」 1949년 판본의 최초 연구로서의 자료적 가치를 제공하고, 이태준의 월북 이후의 내면과 문학 창작에서의 고민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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