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북한의 규범 문법에서 ‘자리토-끼움토’의 체계가 성립하는 과정을 검토한다. 크게 본다면 『조선어문법 1』(1960)에서 설정한 ‘토-형태 조성의 접미사’라는 구도가 ‘위치토-비위치토’를 거쳐 1970년대 규범 문법의 ‘자리토-끼움토’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체계는 80년대의 소위 이론 문법에서도, 그리고 현재까지도 큰 수정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전 과정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형태 조성’이다. 문장 내에서 한 단어가 다른 단어들과 맺는 문법적 관계는 ‘토’와의 결합을 통해 드러나는데 단어와 ‘토’의 결합형이 바로 그 단어의 (문법적) ‘형태’이고 ‘토’의 기능 역시 그러한 형태를 조성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문장성분의 결정에 관여하는 것이 ‘자리토’ 그렇지 못한 것이 ‘끼움토’라는 것인데, 이러한 체계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은 북한의 규범 문법이 성립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체계가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어떠한 이론적 논의들이 있었으며 그 와중에 배재된 것은 무엇인지 검토해 봄으로써 간접적으로 김일성대학과 사회과학원이 북한 문법의 형성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살펴보고자 했다. ‘토-형태조성의 접사’라는 구분, ‘위치토-비위치토’의 설정 등은 모두 김수경의 논문이나 그가 관여한 문법서에서 비롯한 것이고 이것이 이후 북한 문법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이른바 ‘김대 문법’이 제시한 이론을 ‘과학원 문법’이 수용해 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요 문법적 단위들에 대한 입장, 즉 ‘토’의 품사 설정 여부, 서술격 조사 ‘이다’와 피사동 접사의 처리 방식 등이 사회과학원 주도의 규범 문법에서 부정되었다는 것은 양자의 일정한 긴장관계를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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