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시기 발표된 한국의 근대소설 중 서구의 언어로 최초 번역된 작품이 김남천의 『대하』(1939년)이다. 『대하』는 해방 직후인 1947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번역, 출판됐고 이어 1950년 그곳서 재판이 간행되었다. 『대하』는 흥미롭게도 영어가 아닌 체코어라는 서양언어로 최초 번역되었다. 『대하』가 번역, 출간되던 시기 체코는 한국의 남과 북 어느 쪽과도 공식적 교류 관계를 맺고 있지 않았다. 체코정부는 1948년 말 돼서야 북한과 비로소 외교관계를 맺는다. 그렇다면 『대하』는 도대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렇게 일찍이 체코에서 번역, 출판되었는가? 이에 대한 사정과 배경은 이미 체코의 한국학자 즈덴카 클뢰슬로바가 개략적으로 밝혀놓았다. 이 글은 『대하』가 체코에 수용되었던 사례를 통해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특정 한국문학 작품의 번역에 앞서 그 작품의 역사적 특수성과 그것이 당대 세계문학의 흐름과 어떠한 관련을 맺는지에 대한 역사적 담론의 형성이 우선적으로 필요함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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