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의 ≪화두≫는 작가의 기억을 토대로 하는 자유로운 서술 방식을통해 북한과 남한, 미국과 소련에서의 경험들을 형상화하고 있다. 월남한한 명의 지식인이자, 평생 동안 망명자 의식으로 일관해온 그의 작품 세계에 디아스포라적 사유는 큰 영향을 끼쳤다. 고향을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자로서, 작가 최인훈은 기존의 모든 헤게모니에서 탈각된 상태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그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각을도출해내는 창조적 방외인으로서의 기능을 해왔다. 이 작품은 디아스포라지식인으로서의 사유가 전면에 드러나는 동시에 작가의 평생에 걸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무국적성의 텍스트들과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그러한 디아스포라 지식인으로서의 작가 최인훈의 면모가≪화두≫를 통하여 가장 분명히 드러나고 있으며, 그 과감한 실험이 결국모방과 풍문으로서의 20세기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분단 현실의 독자들에게끊임없이 사상적 모험을 권유한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즉 픽션과 기억을 교차하는 긴 작업은 결국 스스로의 일을 이야기함으로써 한반도의 역사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것을 ‘미국’과 ‘소련’의 기행 과정에 걸쳐놓아 20세기를 대표하는 양대 체제와 한반도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사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놓은 것이 바로 이 작품의 중요한 의미인 것이다. 본고에서는 그 과정에서 나타난 치열한 사유가 작가최인훈의 망명자 의식과 글쓰기에 투영되고 있는 양상을 고찰하였다. ≪화두≫는 결국 상처의 자가 치유를 위한 지리한 사투의 과정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최인훈이라는 디아스포라 지식인은 미국과 소련을 돌고 돌아 결국 자기 자신의 내부로 향한다. 그 내부에 살고 있던 노예 철학자가일생동안 지속해온 관념 속 재판의 최종선고를 내리기 위하여, 그리고 그선고문의 정당성을 재확인하기 위하여 이 디아스포라 지식인의 관념적 사투는 지속되어온 것이다. 또한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 소설은 계속해서 삶과 쓰기 행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화두≫가 관념의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재고될 필요가 있다. 무겁고 두꺼운 현실의 벽이 오히려 삶과 관념을 더욱 분리시킬 수 없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며, 그것은 곧 쓰기 행위의 재발견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화두≫를 제대로 고찰하는 것은 한반도의 분단 현실이 맞이한 21세기를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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