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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의 상상력 - 이청준의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의 저항성 연구

The Imagination of Treason : A Study of the Resistance in Lee Cheong - jun’s “Unwritten autobi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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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성경
소속 및 직함 연세대학교
발행기관 상허학회
학술지 상허학보
권호사항 47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285-325
발행 시기 2016년
키워드 #이청준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   #반역   #신문관   #반공동원   #지식인-간첩   #한일회담반대시위   #동백림   #단식   #죽음충동   #김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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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아직 개발독재에 대한 문학적 저항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1960년대 후반의 이청준 소설들은 환상, 알레고리, 추상적․관념적 대화양식 등 다양한 서사전략을 구사하여 1970년대의 민중적 실천적 문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개발독재 정권에 저항하였다. 그 중에서도 1968년을 전후하여 창작된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은 현실층위의 서사를 날실로, 환상층위의 서사를 씨실로 교직해나가는 전략을 통해 개발독재에 저항하는 방대한 서사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글은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의 환상층위의 서사에 내포되어 있는 정치적 저항성의 의미를 정치사회적 맥락에서 서사 내적 논리를 통해서 고찰하고자 기획되었다. 이 소설의 환상서사의 중심에 놓여 있는 ‘반역’은 추상 관념에 대한 은유보다는 정치적 코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작가의 분신인 ‘나’를 반역 혐의로 체포하는 주체가 5․16세력이라는 암시는 60년대 후반 국민의 무의식을 지배했던 반역죄의 공포가 누구에 의한, 누구에 대한 것인지를 묻는다. 권위주의 체제에서 국가에 대한 반역의 혐의는 종종 집권세력에 대한 반발과 저항을 원천봉쇄하는 도구로 전유되기 때문이다. 5․16정권에 대한 반발과 저항이 최초로 가시화된 것은 1964년의 한일회담반대 시위이고 그 여파로 중앙정보부에 의해 1차 인민혁명당 사건과 필화사건이라는 반역의 내러티브가 창작되었다.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에서 이청준이 반역의 혐의를 환상서사의 중심에 놓으면서 5․16이 아닌 한일회담 반대 단식 시위를 소환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은 1968년 무렵에 1964년의 단식이 소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1968년 무렵은 장기집권 기도로 인한 박정희레짐의 위기와 맞물려 동백림사건 통혁당사건과 같은 지식인-간첩 사건들과 필화사건들이 연발함으로써 반공동원이 폭증한 시기이다. 간첩죄, 반공법 위반과 같은 소위 ‘반역’에 해당하는 죄목들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원칙 없이 적용되었다. 이러한 반역죄의 내포와 외연의 임의성은 어떤 사회적 발화도 처벌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했다. 그에 따라 지배 권력에 의해 반역죄의 잠재적 피의자가 돼버린 지식인(국민)은 반역 혐의의 강박을 내면화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의 프리즘을 투과해서 이 소설을 보면, ‘나’가 신문관에게 반역죄로 불시에 체포되어 취조를 받는 환상은 환상의 외피를 두른 현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해 상대의 존재를 필요로 했던 적대적 공존의 아이러니가 반공동원의 한 본질이며, 지식인-간첩사건의 핵심은 권위주의적 권력과 체제 비판적 지식인의 관계이다.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에서 그 관계를 그리는 방식은 지식인-간첩 사건의 과정을 알레고리화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를 반역죄로 체포하는 신문관은 그 모든 지식인-간첩 사건을 날조함으로써 반역의 내러티브를 창작 유포한 중앙정보부(의 수뇌)를 표상한다. 반역 강박은 중앙정보부의 전 방위 감시와 테러, 그리고 1960년대 후반부터 폭증한 반공동원에 의해 ‘반역 혐의’의 형태로 국민들의 내면에 뿌리내리게 된 집단적 정신 병리학이다.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에서 이러한 억압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주체가 의존하는 것은 단식이다. 하지만 단식의 저항성은 그것이 죽음충동과 관계된다는 점에서 양가적이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