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의 목적은 북한 인권 문제를 인권 이론의 관점에서 새롭게 정의하고, 인권의 일반이론에 부합하는 방향에서 이 문제를 해석할 수 있는 방안을 시론적으로 모색하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북한 인권 문제에 있어 권리의 주체와 의무의 주체를 명확히 설정한 후, 인권 담론의 전체 패러다임을 재검토한다. 오늘날 인권 담론을 지배하고 있는 패러다임은 ‘인권문제 해결’ 패러다임이지만, 전후 유엔이 결성되고 현대 인권 담론을 구축하던 초기에는 ‘인권조건 형성’ 패러다임과 인권문제 해결 패러다임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확고한 인식이 있었다. 인권조건 형성이란 인권 달성에 우호적인 경제사회 구조, 이데올로기, 국제질서, 사회심리, 국가의 민주적 성격을 종합적으로 개선한다는 뜻이다. 과거 햇볕정책에서 북한 인권을 다루었던 방식은 인권조건 형성 패러다임과 유사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인권문제 해결 패러다임과 내재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던 한계로 인해 미완의 기획으로 귀결되었다. 반면, 최근 북한 인권 논의에서 주도적 지위를 획득한 인권문제 해결 패러다임은 인권조건 형성 패러다임을 상대적으로 경시함으로써 또 다른 형태의 실패를 예고하고 있다. 본고는 북한 인권 문제에 있어 두 차원의 패러다임을 연계할 수 있는 이론적⋅현실적 고리를 제안하고, 그동안 망실되었던 인권조건 형성 패러다임을 오늘의 맥락에서 재발견해야 할 당위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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