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남한 연구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안룡만 시의 전반적 특징과 문학사적 평가를 살펴보았다. 안룡만은 1916년 평북에서 태어나 1975년 북한에서 사망한 시인으로 어린 시절 일본으로 건너가 겪은 공장 노동자 생활을 그린 시로 1934년 등단하였다. 북방 유민(流民)의 고단한 현실과 생생한 노동체험을 그려낸 안룡만의 시는 1930년대 프롤레타리아 계열 리얼리즘 시로 높게 평가되었다. 분단후 북한에서 안룡만과 작가동맹 지역 간부로 활발히 활동하며 4권의 시집을 남겼다. 안룡만은 사회주의 건설, 김일성항일투쟁 형상화, 사회주의 노동영웅 찬양과 같은 북한 문학의 중요한 주제들을 충실히 시로 써냈다. 당, 수령, 노동계급의 요구를 충실히 전달하는 전달자였던 그는 최근의 북한문학사에서도 높게 평가 받는 북한의 대표 시인이다. 서사성과 낭만성은 안룡만 시의 중요한 특징이다. 안룡만은 분단 전에도 유이민 노동자의 고단한 삶 이야기 안에서도 생활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었으며 그것이 분단 후에는 사회주의 건설 현장의 노동 영웅 이야기와 함께 그 안에 담긴 혁명적 낭만성으로 연결되었다. 하지만 1934년 등단작「강동의 품」과 1964년 시집 수록작「대동강반의 아침」을 비교해보면 서사성과 낭만성의 차이점 또한 찾을 수 있다. 분단 전의 비참한 생활에서 잘 드러난 이야기의 비극성은 ‘옛말하는 기쁨’으로 변질되었다. 슬픈 운명 속에서도 잃지 않던 희망의 낭만성은 북한문단에서는 공산주의를 향한 맹목적인 혁명적 낭만성으로 바뀌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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