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분단 이후 남북이 한 자리에 모여 대화를 통해 합의된 최초의 합의문이자, 이후 전개된 다양한 남북대화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7·4 남북공동성명’을 살펴보는 데 있다. 특히 7·4 남북공동성명의 지속성을 저해하는 요인, 즉 합의의 실천적 이행을 가로막았던 원인을 분석하는 데 있다. 1960년대 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적 데탕트(detente) 물결은 한반도의 냉전구도에도 영향을 미쳐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했고, 이를 계기로 남과 북은 7·4 남북공동성명을 합의하게 된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변화를 이끌어냈던 미국의 데탕트 정책은 역설적이게도 공동성명 합의 이후, 지속적인 남북대화를 가로막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즉 미·중의 관계 개선에서 전개되었던 남북대화 ‘속도조절 요구’, ‘한국군 현대화 계획’, ‘2개의 한국’ 정책 등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 변화와 한·미 간 대북위협 인식 차이에서 발생한 갈등 양상은 남북 쌍방의 안보 이익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남북대화의 유연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이러한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으로 인한 남북의 안보 불안은 박정희와 김일성으로 하여금 국내 정치적 권력 강화를 위해 각각 유신체제 선포와 사회주의 헌법을 제정하도록 만들었고, 더 이상 남북 간 합의 내용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안보 위협 속에서 불합리한 요구들을 선결조건으로 제시하는 북한의 협상전략은 합의 이후 본성명의 지속성을 저해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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