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6년 시점에서 김정은 시대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들을 정리하고 평가하는 데 목적을 둔다. 특히 중국의 경제개혁 경험과의 비교를 통해 북한적 특성을 보다 선명히 드러내는데 주안점을 둔다. ‘우리식 경제관리방법’과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로 대표되는 김정은 시대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들은 김정일 시대의 그것보다 개혁의 수준/심도 면에서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은 중국의 개혁·개방 모델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정부가‘시장화’라는 조정 메커니즘 영역에서의 변화뿐 아니라 ‘사유화’라는 소유권 영역에서의 변화에 대해서도 종전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북한이 공식적으로는 강하게 부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긴 호흡에서 볼 때 본격적인 개혁·개방 또는 점진적 체제전환의 길에 들어서 있다. 김정은 시대 농업개혁과 공업개혁의 기본방향은 중국의 경험과 별로 다르지 않다. 또한 북한의 이원적 경제운영전략은 중국의 쌍궤제와 유사한 면이 있다. 계획과 시장이 공존하는 가운데 계획의 비중은 줄어들고 시장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경험이 시사하고 있듯이 북한의 경제개혁은 그 자체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간접적/우회적 성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즉 중국이 개혁·개방 초기에 그러했듯이 김정은 시대의 북한도 경제개혁 조치로 인해 국유기업보다는 ‘붉은 모자를 쓴 기업’을 비롯한 비국유부문이 경제성장을 선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북한은 여전히 중국보다 개혁의 범위/수준/심도의 면에서 한참 뒤져 있다. 중국은 미시적 개혁과 거시적 개혁이 종합패키지로서 추진되어 성과를 거두었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미시적 개혁 중심적이고 거시적 개혁은 제한적인 선에서 추진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개혁을 추진하는 대외적 여건을 비롯한 제반 여건도 중국보다 훨씬 나쁘다. 북한의 경제개혁이 중국 수준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전혀 성과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정은 시대 경제개혁 조치는 북한에서 돈주라는 기업가의 활동공간을 넓혀주고 사경제를 보다 활성화시키며 국유기업과 사경제의 연계도 확대시켜, 이로 인해 북한경제가 고도성장의 달성은 어렵다고 해도 낮은 수준의 플러스 성장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북한경제의 제반 여건에 비추어 본다면 낮은 수준의 플러스 성장도 상당한 성과이다. 물론 이런 방식이 장기적으로는 문제의 본질적 해결책이 되지 못하며, 나아가 정치적으로도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정부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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