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오체르크에 관해 최초로 소개하였던 문학평론은 1952년 12월, 6.25전쟁이 한창이던 때, 조선문학의 전신인 문학예술에 실린 리효운의 「문학 장르 오-체르끄에 관하여」였다. 김일성의 외사촌동생 강능수는 1958년 6월의 평론 「오체르크 문학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문제」에서 초상 오체르크를 인물 오체르크로 바꾸어 명명하고, 이것이 북한문학에서 중심되는 오체르크라고 분석하였다. 이러한 인물 오체르크를 실화문학이 계승하는 제반특징들은1961년 9월 최일룡의 평론 「실화 문학에 대한 생각」에서 설명된다. 즉, 오체르크는 첫 번째도입 시기, 초상 오체르크를 인물 오체르크로 명명한 시기, 실화문학으로 바뀌게 된 시기로북한 문학사에서 도입 이후 두 번의 전환을 맞았던 것이다. 첫 번째 도입의 시기에서는 일제강점기 식민지조선 본토의 KAPF가 수용했던 주류적인 사회주의 문학장르의 리얼리즘이 아니라, 주변부 장르라는 다소 이질적인 형태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수용된 것이라 할 수 있고, 두 번째 시기는 이에 따라 어떠한 방식의 형상화가 북한 내에서 진정 중요한 것인가를 명확히한 정치적 입김―강능수는 김일성의 외사촌동생으로서 당시 문단으로 진출하는 수령일가의중요한 일원이었다―이 문단으로 본격 침투하기 시작한 때이고, 세 번째는 중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주의권의 영향을 벗어나 주체시대를 표방하기 위한 선제적 수행으로서의 주체적 변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계보에 대해 가장 먼저 연구한 바 있었던 본 연구자는 그동안 학계에서 이들의 계보적 관계가 혼란스러웠던 점을 수정하기 위해, 1990년 사회과학출판사의 학술연구 시리즈물문예론문집 5에 실린 김명희의 논문 「조국해방전쟁시기 실화문학연구」를 통해 이 계보를다시 명확히 확인하고자 하였다. 여기에서 종군기, 전투기, 영웅전투기를 실화문학의 중요한기원으로 상정한 것을 보면, 실화문학은 북한인민군 중 실제 있었던 전쟁영웅의 행적을 그린이야기가 건국 이후 출발점이다. 김일성의 식민지 행적, 즉 항일혁명투쟁의 내용은 북한 건국이전 전쟁기 영웅을 형상화하려는 실화문학의 대상이 된다. 이 부분은 1952년 리효운이 처음에 오체르크를 도입할 때, 그리고 1954년 한설야의 평론에서도 이미 명확히 규정된 바 있었다. 결국 북한의 실화문학은 북한 초기에 등장한 문학장르 오체르크의 일부 특성을 계승하면서 인물 오체르크라는 형태를 중심으로 변화한 것으로, 사회주의적 애국주의가 가득한 북한‘영웅’의 실제 이야기를 작가, 즉 제3자가 형상화하는 것이며, 동시에 북한의 ‘수령형상문학’의형식적 발전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된다. 북한의 실화문학은 오체르크의 변형태이지만, 처음에는 동일한 오체르크 장르군에 속했던 ‘현지보고/현지보도’나 1인칭 이야기인 ‘수기’ 와는 다른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던 것이다. 북한에서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실화문학은 역사적으로 사회주의권 장르인 오체르크의 일부 특성을 계승하면서 본질적으로 허구적인 서사형식과 비허구적인 사실내용의 이입/ 교환을 통해, 반-사실주의(半-寫實主義, semi-realism)로서 북한의 ‘민족적 영웅’들이 구축해가는 ‘역사적 진실’을 구성하여왔다. 이러한 국가적 문화이데올로기 형상화 구조가 주체문학의 교육교양을 통해 ‘주체’사상과 ‘조선민족제일주의’사상의 완성으로 귀착되어가는 북한의독특한 인식방법론이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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