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북한 문학사의 이광수 인식과 서술이 1986년의 저작을 기점으로 변모하는 양상을 통시적으로 고찰하고 그 의미를 밝히려는 목적을 가진다. 북한 문학사는 남한의 경우와 달리 이광수와 그의 문학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고 알려져 있는 편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면모를 살펴보면 배제와 부정에서 제한적 인정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 문학사는 분단 이후 1960년대까지 이광수와 그의 문학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후 1980년경까지의 문학사에서는 이광수를 언급하기는 하나 ‘부르주아 반동문학’이라는 비판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1986년에 이르면, 북한 문학사는 이광수의 1910년대 소설에 한해 ‘부르주아 계몽문학’으로서 가치를 인정하는 태도 변화를 보인다. 이 해에 출간된 은종섭의 소설사와 『조선문학개관』은 이광수 관련 서술에 있어 기존의 문학사와 차별화된다. 그 배경에는 정치적 목적을 지닌 문예정책 변화 및 문학사적 인식의 유연화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학 외적인 맥락에서, 문화적 전통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자긍심을 고취함으로써 체제 유지의 사상적 기반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개입된 것이다. 그 결과 이광수에 대한 문학사적 인식이 배제와 비판 일변도에서 일정 부분 가치를 인정하는 쪽으로 변화했다고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이후에도 이어져, 2000년에 발간된 문학사에서는 이광수의 1910년대 소설이 당대의 문제를 반영하고 인물의 성격 형상화 및 언문일치 등에서 소설 발전에 기여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개척자』는 이광수의 가장 뛰어난 소설로 평가된다. 북한 문학사의 인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광수와 그의 문학에 대한 왜곡이나 비판 일변도에서 벗어나 작품 자체를 분석하고 그와 관련된 맥락을 보다 더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로써 남한의 이광수 연구와 상통하는 지점이 생성되고 있다. 북한 문학사의 이광수 인식 변화는 남․북한 문학사의 상호소통 가능성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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