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에서는 남북한의 시 문학 정전화 과정의 특이성에 주목함으로써, 그 과정에 개입된 여러 요인들을 해체하여 재구축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분단 전후로 남북문단에서, 시인과 작품의 정전화 과정을 통해 각기 다른 민족과 국가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고 있으나 시인과 작품 자체에 주목하면 그 이데올로기가 절대적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20년대 시선집이 편찬되면서부터 현재까지 남북한 시선집에 가장 많이 등재된 시인은 김소월이다. 시인으로 등재된 횟수나 등재된 작품 수를 기준으로 볼 때, 김소월은 남북한을 대표하는 시인이라 할 수 있다. 남한시선집에서는 서정주의 작업을 축으로 하여 박두진이 김소월의 시를 추가하며 ‘순수서정시’ 중심의 계보화 작업을 진행하였다. 1980년대 들어서야 모순적 현실에 비판적 시선을 던진 시를 포괄하기 시작하고 2000년대 들어서 구체적 감각을 통해 이 세상 너머의 세계로 인식을 확장한 시를 포용하는 추세이다. 북한시선집에서는 포괄의 관점에서 김소월의 시를 대거 등재하는 양상을 보인다. 민중의 일상을 포함한 삶과 죽음과 이별이라는 보편적인 원리를 일상적 구어로 표현한 데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한시선집에서는 현실비판적인 시를, 북한의 시선집에서는 관능적 감각이 드러난 시를 배제하는 경향을 보인다. 김소월 시의 구체적 감각이 지향하는 바에 대한 심층적 연구가 뒤따른다면, 남북한 시선집에서 포용하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개방적 시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소월은 ‘구술어’, 즉 ‘말’의 근원성과 기억에 대한 사유를 면밀하게 펼침으로써 영혼으로 표상되는 또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토속어 구사, 구어 사용에 드러나는 비일상적인 것과의 교감, 사라진 옛것과의 소통이 지닌 상징적 의미가 바로 남북문단이 현재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앞으로 통일 문학사에서 함께 보듬고 나가야 할 김소월 시의 근원적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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