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일제강점기 조선작가들의 심상지리 속 이상향으로서 러시아에 대한 동경과 기대가 만주에 투영되었음을 밝히고자 기획되었다. 이는 만주공간의 의미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동시에, 일제강점기 조선작가들의 정신적 지향의 일단을 구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양한 국적과 인종으로 구성된 만주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이질적인 공간으로 사유된 헤테로토피아였다. 만주로 간 이들은 저마다 미지의 공간을 향한 기대와 비전을 갖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에게 만주는 곧 이상적 현실로서의 러시아를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상상되었다. 당시 러시아문학의 유입과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인해 러시아는 식민지 조선의 폐색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이자 자유의 공간으로 표상되었다. 정서적‧지리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친연성을 지녀온 관북인들은 북방의식 혹은 북방적 상상력으로 명명되는 문학사적 흐름을 형성하는 데 기여해왔으며, ‘북국’에 대한 그들의 정서적 편향은 조선작가들의 만주(기)행을 추동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본고는 백석과 이효석을 중심으로 조선에서 형성되었던 러시아에 대한 동경이 일제강점기 조선작가들의 만주(기)행을 추동하는 하나의 원인이었음을 밝히고자 하였다. 러시아문학의 세례를 통해 러시아에 대한 동경을 가졌을 것으로 짐작되는 백석은 러시아어를 배우고 러시아문학작품 번역을 준비하기 위한 공간으로 만주행을 선택한다. 이후 그의 행보는 재북(在北)으로 이어지는데, 이와 같은 일련의 상황은 그의 북한 잔류가 러시아에 대한 낭만적 동경의 투사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이효석 역시 러시아문학의 세례와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인하여 초기작품에서 러시아를 이상적 세계로 그렸으며, 이는 작가의 심리적 고향인 함북 경성의 체험과도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를 향한 동경은 이효석으로 하여금 만주, 특히 하얼빈에 매료된 심리적 동기가 되었을 것이며, 그는 하얼빈에서 러시아의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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