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의 경계를 넘어선 통합을 다루는 통일론은 지정학적 인식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통일론은 어떤 통일을 지향하는지에 따라 전통적 지정학과 신지정학 중 어느 한편과 친화성을 갖는다. 신지정학은 국가와 영토 중심의 지정학을 비판하며, 다양한 개인들과 집단들 사이에서 여러 층위의 공간을 넘나들면서 작동하고 있는 권력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다. 분단 이후 한국 정부의 통일론들은 영토 회복, 국력 신장, 경쟁, 대결 등을 중시하는 전통적 지정학과 궤를 같이 하였다. 한편, 통일논의를 정부가 독점하려 하였으므로 민간의 통일론들은 공식적으로 논의될 기회가 적었다. 2000년대 이후 남한의 시민사회에서는 새로운 통일론들이 제시되고 있다. 전통적 지정학의 영향을 받은 통일론도 있지만 대다수 통일론들이 신지정학적 사고를 반영하고 있다. 이 통일론들은 북한을 지정학적 경쟁자로 인식하지 않으며, 국가가 아닌 시민이 중심이 되어 이들에게 이익이 되는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민족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을 반대하며 단일한 민족국가를 건설하는 것보다 집단과 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경제적, 사회적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을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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