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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의 기록, 난민의 시간: 한국전쟁기 중립국행 포로 주영복의 수기를 중심으로

History of Exile, Time of Refugee: Focused on Self-Narrative of Joo, Young-Bok Captive for Neutral Nation during Period of Korean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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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혜인
소속 및 직함 동국대학교
발행기관 상허학회
학술지 상허학보
권호사항 48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49-88
발행 시기 2016년
키워드 #국가   #국가 없음   #난민   #망명   #분단체제   #인도   #제3국   #중립국   #포로   #한국전쟁   #김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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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글은 한국전쟁으로 새롭게 파생되어 국민국가 경계 외부로 미끄러져갔던 어떤 특별한 존재로서 중립국행 포로의 존재방식과 자기기술의 테크놀로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중립국행 포로 가운데 주영복의 자기서사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의 『내가 겪은 조선전쟁』(1991)과 『76인의 포로들』(1993)은 중립국행 포로가 자신의 중립국 선택 전후의 상황들을 기술하며, 자신이 어떻게 남북한 체제에서의 ‘기민(棄民)’이자 전지구적 ‘난민’이 되어갔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무국적’을 선택했는지 그 흔적을 살핀 텍스트이다. 한국전쟁이 종식되었을 때, 자신의 본소속국 또는 소속국과의 교전국으로의 귀환 및 송환이 아닌 중립국행을 선택한 포로의 발생은 적도 동지도 아닌 흐릿하고 불투명한 존재이자, 민족/국민국가의 물리적 경계에서 미끄러져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가는 유동적 존재의 합법적이고 공식적인 탄생이었다. 특히 이 글은 그간 ‘송환’과 ‘정주’라는 두 가지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중립국행 포로의 삶의 복잡성이 연구되어오며 간과되었던 ‘송환’과 ‘정주’ 사이의 어떤 시공간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 시공간은 다름 아닌 이들이 한반도를 떠나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 정식으로 정착하기까지의 인도 마드라스와 뉴델리에서 보냈던 2여 년의 시간이다. 인도에서 이들이 처하게 된 ‘국가가 없는(stateless)’ 상태,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상태는 단순히 정치적 중립국의 부재로서 설명될 수 없는 것이자, 더 나아가 권력의 무중력 상태라기보다, 남한과 북한, 유엔과 인도, 중립국을 표방한 여러 나라들 간의 국가권력이 서로 뒤얽혀 작동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 시공간은 이들에게 가장 극단적으로 ‘배반자’와 ‘기민’ 사이에 위치하게 되는, ‘국가-없음’의 시간이자 ‘국제 난민’의 시간으로 경험된다. 이 글은 이 ‘떠남’과 ‘정착’ 사이의 불투명하고 애매모호했던 시간이 이후 이들의 국가와 자기 인식에, 그리고 통치 권력과의 관계 설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주목하고자 한다. 인도에서 중립국행 포로들은 인도-유엔-남한 정부라는 통치 권력의 작동 안에서 ‘포로’이자 ‘민간인’이고, ‘억류자’이자 ‘자유인’이며, ‘비국민’이자 ‘국민’이라는 이질적이고 모순된 존재가 된다. 그러나 이 모순된 자리는 역설적으로 그간 견고하게만 보였던 국가(State)의 작동과 개인의 상태(state) 사이의 틈새를 포착할 수 있게 만든 자리이기도 하였다. 이를테면 주영복은 이때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반공포로’가 아님을 발견하게 되었으며, 동시에 ‘동질적인 것’의 강요를 거부하고 ‘이질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의지를 확인하게 된다. 그가 포로에서 난민으로, 그리고 자발적 무국적자로 살아갔던 가운데 일어난 ‘우리’의 탈각은 남한도 북한도 거부하고 제3국으로 떠났던 중립국행 포로의 자기서사가 발생시킬 수 있는 존재방식과 자기기술의 임계점이기도 했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