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북한의 소규모 사유화의 수준과 추세를 정량적 분석을 통해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만 추세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수준은 보조적으로 다룬다. 이를 위해 2005년, 2009년, 2012년, 2015년 등 4회에 걸친 필자들의 설문조사결과를 비교하는 방법을 취한다. 2005년 조사는 주로 2003~05년에 탈북한, 2009년 조사는 주로 2007~09년에, 2012년 조사는 2007~12년에, 2015년 조사는 2013~15년에 각각 탈북한 북한주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따라서 조사집단간 비교를 통해 북한 소규모 사유화의 시기별 변화, 즉 추세를 파악할 수 있다. 조사결과 북한에서는 소규모 사유화가 크게 진척되는 가운데 특히 광의의 서비스업이 제조업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북한의 사유화 진행이 사회주의국가의 체제전환 초기 경험과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3개의 집단, 즉 2005년 조사 집단, 2009년 조사 집단, 2105년 조사 집단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조사했더니 지방산업공장, 상점, 협의의 서비스업체에서 3개 조사집단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2003년부터 2015년까지 13년을 대상으로 4~6년의 간격을 두고 3개의 시기로 나누어서 관찰한 결과, 조사 대상 6개 범주 가운데 절반에 해당되는 3개 범주에서 소규모 사유화가 진척되고 있음을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2개의 집단, 즉 2005년 조사 집단과 2009년 조사 집단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하는지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6개 범주 중 지방산업공장, 중앙공업공장, 상점 등 3개의 범주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었고, 2009년 조사 집단과 2015년 조사 집단간에는 오직 협의의 서비스업 1개 범주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05년 조사 집단과 2015년 조사 집단간에는 6개 범주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10년 정도의 기간을 대상으로 장기적 추세를 관찰하면, 즉 2003~05년과 2013~15년 사이에는 소규모 사유화가 모든 범주(분야)에서 뚜렷하게 진전되는 추세를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개인 사업체를 유형화하고 보다 세분해서 관찰한 결과, 기관·단체의 명의를 빌린 사실상의 개인 소유인 어선, 광산, 화물차, 상점, 국가건물 임차 식당, 가정집 식당, 미용실, 사진관, 오락실, 당구장, 오락실, 숙박업소 등 조사 대상 13개의 모든 범주에서 소규모 사유화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사실상 개인 소유인 경작지, 어선, 광산, 국수/인조고기 생산기지, 식당, 편의봉사업체 등 9개의 모든 범주에서 상시 또는 일시적으로 고용되는 사례는 뚜렷하게 늘고 있었다. 이는 앞에서 보았던, 명의 대여 사유화의 진전 현상과 정합적이다. 즉 개인 투자/운영 사업체의 증가, 특히 자영업의 범위를 뛰어 넘어 타인 고용 개인 사업체의 증가의 대척점에는 실제로 이러한 사업체에 고용되는 사람의 증가가 존재해야 하는데 이번의 조사에서 사업체와 피고용인의 증가 양쪽 다 관찰할 수 있었다. 아울러 북한의 소규모 사유화에 관한 필자들의 이번 조사결과는 시장화 추세에 관한 선행연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일부 선행연구는 탈북자설문조사결과에 입각해 정량적 접근을 한 여타 선행연구를 근거로 북한의 시장화가 1990년대에는 크게 확대되었고 이후 2000년대에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탈북자설문조사결과에 토대를 둔 필자들의 정량적 연구에 따르면 북한의 시장화는 1990년대뿐만 아니라 2000년대에도 계속 확대된 것으로 판단된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