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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동사태에 비추어본 북한 체제지속성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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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진하, 백승수, 한우열
소속 및 직함 통일연구원, 통일연구원, 성균관대학교
발행기관 통일연구원
학술지 연구총서
권호사항 16(13)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1-169
발행 시기 2016년
키워드 #개인독재   #혼합정체   #재스민 혁명   #북한   #이집트   #시리아   #투르크메니스탄   #김진하   #백승수   #한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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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내역
초록
본 연구는 이러한 그 간의 북한체제 지속성 연구가 보였던 미비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전통적 비교사례 접근법을 차용한다. 북한은 수령유일독재체제로 대변되는 독재자중심의 개인독재(Personalist Dictatorship)에당독재(Single-Party Dictatorship) 및 군부독재(Military Dictatorship)적 요소가 가미된 혼합정체(Hybrid Regime)를 구축하고 있다. 적실성 있는 비교를 위해 북한체제와 범주적으로 유사한 중동 독재국가들 중 이집트, 시리아, 투르크메니스탄 사례를 채용한다.

이들 세 가지 사례는 북한과 출발점이 유사한 데 비해, 재스민 혁명기 이후 결과물은 상반된다. 즉, 이집트는 정권 및 체제 전환, 시리아는 위기 속 체제연명, 투르크메니스탄은 공고한 안정성을 보인다. 이는 유사구조 내 변인들 중 상이점들이 다른 결과를 만들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즉 [유사한 체제 체제 유지 경로 상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개인독재체제의 구성요인 및 운영에서의 부분적 차이점이 다른 결과를 초래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이들 국가에 대한 비교사례 연구를 통해 개인독재유형 혼합정체의 지속 및 전환에 대한 원인과 과정을 추적해 볼 수 있다.

먼저 이집트 사례이다. 이집트 독재체제의 붕괴는 외형과 드라마에 주목하는 다수의 언론이 그려내듯, ‘독재자 대 민중의 대결’, 그리고 시민의 승리라는 단순구조로 이해될 수는 없다. ‘빵(아이쉬 또는 코샤리)의 혁명’이라고 별칭되는 이집트판 민중봉기(Intifada)의 전개는 이집트 독재정권 붕괴라는 전체 스토리의 제1막을 차지할 뿐이다. 본 연구는 통치 엘리트 분열이라는 측면(즉, 독재정권의 지배연합 관리실패)에 주목한다.

외형상 체제 외적 요인, 즉 민중봉기에 의한 독재체제 붕괴로 보이는 이집트 사태의 본질은 오히려 지배연합 내 엘리트 분열, 즉 군부의 이탈에 있으며, 이 점에 착목할 때,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군부의 역쿠데타와 이집트판 테미도르 반동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민중봉기가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그 자체의 힘만으로 정권을 무너뜨리고, 혁명적으로 수권한 것은 아니다. 기존 엘리트층의 분열과 이합집산이 구체제 붕괴에 치명적 역할을 수행했으며, 오직 이 상황을 인식할 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집트 혁명극의 제2막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이집트 독재체제는 군사쿠데타(Nasser와 Free Officer 그룹의 1952 쿠데타)로 탄생했다. 그러나 바로 공군장성 출신 대통령 무바라크는 역설적으로 군부의 방관 속에 종결된다. 이집트군부의 대응은 아사드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하려는 듯 시민학살을 감행하였고, 이는 내란상황과 국제 압력을 감내하고 있는 시리아 군부와는 큰 대조를 보인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은 격렬한 내전 상황에서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엘리트 포섭을 통한 강고한 엘리트 지배연합구성, 대중포섭을 통한 최소한의 통치기반 유지, 그리고 러시아의 지원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작용하였다.

시리아에서도 재스민 혁명의 여파로 민중 봉기가 발생한 이후, 여타 중동 국가들처럼 엘리트들 사이에서 이반의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그러나 이반의 주역은 주로 권력 상 낮은 지위에 있는 관료들이었으며 그들은 압도적으로 수니파에 속해 있었다. 이에 반해 권력의 상층부에 포진해 있던 알라위파 소속 엘리트들은 아사드를 지지하며 좀처럼 이탈하지 않았다. 그 원인은 제도화된 ‘포섭’(co-optation)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시리아의 맥락에서는 바트당의 포섭이 제도화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트당의 경우 시리아 공화국 헌법 제8조에 따라“국가와 사회의 지도적 당”으로 인정받으면서 “애국적, 진보적 전선을 지도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또 바트당은 통일사회주의자당이나 아랍사회주의연합당과 같은 9개 정당ㆍ파벌과 통일 리스트인 ‘진보국민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전략적 조정’(strategic coordination)에 대한 아사드 정권의 방해이다. ‘전략적 조정’이란 특정 상황에서 정치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필요한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즉 특정 세력들 사이에 연대하여 홍보활동을 전개하거나 뜻을 같이하는 구성원을 리크루트하고 이를 집단화하며, 지도자를 선택하고 조직을 강화하여 정책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시리아는 내전 이전은 물론 내전 중에도 권위주의 정권이 시민사회 내 제 세력들 간 전략적 조정을 방해하는 단적인 사례를 제공한다. 아사드 정권은 시리아 사회를 분절화하는 다양한 사회적 균열(종교 및 종파, 민족 및 종족 집단)을 교묘하게 컨트롤함으로써 국가의 사회 지배를 지탱해 왔다.

둘째 대중포섭전략이다. 먼저, 후원이다. 시리아는 아랍 사회주의에 기초한 통제 경제를 실시해 왔다. 하페즈 아사드 정권 하에서는 국제금융 기관의 지원을 받지 않고 개혁을 추진한 반면, 바샤르 정권은 민영화와 외국 투자 촉진 정책을 단행하기도 했다. 바트당은 대중적 기반을 획득하기 위해 후원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바트당은 후원을 통해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이끌어내는 정치 기제이며 또 체제를 유지하는 감시 기구인 셈이다.

셋째, 국제행위자(특히, 러시아)의 후원이다. 특히 시리아의 우방인 러시아는 내전에서 열세에 처해 있던 아사드 정권을 구제하는 데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첫째는 현재의 시리아가 이란과 함께 소중한중동의 우호 국가이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이라크나 리비아에서 친러 정권이 붕괴함으로써 시리아와 이란의 상대적 중요성이 제고됐다는 점이 러시아의 결정적 개입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호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체제 전환의 물결에 휩쓸리는 것을 막고자 하는 푸틴의 위협 인식, 더욱이 옛 소련 국가들에 친미 정권을 등장시킨 2000년대의 색채혁명(Color Revolution)이 중동 지역에 재현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푸틴의 세계 전략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또한 체첸 등 북코카서스(North Caucasus) 지역의 이슬람 과격파 세력이 시리아에서 확대일로에 있는 IS 세력과 연계되는 것을 우려해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을 개연성도 무시할 수 없다.

투르크메니스탄의 권력승계 과정은 개인독재 유형의 권위주의의 약점을 극복해 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니야조프의 영구집권 의도에 따른 후계자 미지정 정책에 대응하여 그의 후견주의 네트워크의 핵심그룹인 국가보안기구의 수장이 레제포프와 그 지지자의 건강을 모니터하면서 상당 기간을 잠재적 경쟁자가 아닌 충성스러운 지지자로 인정받아 부총리에까지 오르며 행정 조직을 관장하며 장기간 권력의 핵심네트워크에 속했던 베르디무하메도프와 그의 지지자들이 결합한 것이 결정적인 변수였다. 이 두 세력의 결합은 신속하게 국가보안기구를 통해 후계 경쟁 세력의 숙청과 헌법 개정이라는 작업을 여당이 장악한 국회와 인민위원회를 통해서 신속하게 진행하였고, 이후 형식적인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 베르디무하메도프를 공식적인 권력승계자로 추대 하면서 급속하게 권위주의 체제 안정을 달성하였다.

또한 투르크메니스탄은 술탄이즘적(sultanism) 권위주의체제로 분류할 수 있다. 술탄이즘은 극단적인 개인 독재자가 가능한 모든 권력수단을 사용하여 개인, 집단, 제도 등을 자의적으로 조작하여 모든 통치행위를 좌우하는 권위주의 체제로서 이슬람의 종교적 지도자인 칼리프와 달리 세속적인 군주인 술탄 중심의 정치체제에서 기원하였지만 현대 비교정치에서는 중동과 이슬람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지역의 유사한 군주제적 권위주의를 분석하는 개념이자 이론틀로 사용된다. 린즈와 스테판은 김일성 치하의 북한을 술탄이즘적 권위주의로 분석하기도 하였고 이는 김정일과 김정은 체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니야조프와 베르디무하메도프 두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자신을 권력의 정점으로 한 수직적인 권위주의적 권력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할 때 투르크메니스탄 권위주의체제는 술탄니즘적 전제 군주적 요소가 가장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우상화 정책에 의해 대통령의 신격화, 행정부 수장의 지위뿐만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를 모두 개인의 통제 하에 두는 술탄 군주적 위상을 유지하면서 수직적 신가산제 후견주의를 기반으로 한 권위주의 체제를 형성하였다.

또한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는 닫힌 권위주의 체제로서 폭력적 억압을 전 방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폭력적 억압은 기본적으로 엘리트 계층과 일반 시민에 대한 ‘경찰국가(police state)’적인 감시와 통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니야조프와 베르디무하메도프는 공히 자신의 잠재적 경쟁 세력들뿐만 아니라 핵심 후견주의 네트워크에 속한 엘리트들의 동태를 매우 면밀히 감시하고 통제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핵심 엘리트의 숙청 및 재산 몰수를 행했으며 이는 국가보안부(Ministry of National Security), 대통령경호실, 그리고 이들과 깊숙이 연관된 비밀경찰(secret police) 조직들을 통해서 일거수일투족을감시하고 있다. 또한 의미 있는 야당이 출현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차단되었다. 이로 인해서 대통령 1인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재스민 혁명 이후 체제교체(이집트), 불안정한 위기 속 체제지속(시리아), 안정적 체제유지(투르크메니스탄)의 체제유지조직의 견고성과 통치연합의 구성 등과 같은 구조적 변인들과 그 과정을 추적하여 북한체제의 지속성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현재 북한은 외형상 투르크메니스탄 사례에서와 같은 제제 안정성을 보이나, 통치연합의 축소, 경제적 파탄 및 국제적 고립 등으로 시리아 사례와 같은 불안정한 사태로 발전될 개연성을 담지하고 있다. 김정은 등장 이후 계속되는 군부의 숙청과 제약은 이집트 사례에서 발견되는 군부의 정권저항으로 연결될 소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목차
Ⅰ. 서 론 | 김진하
1. 연구목적 및 사례선정
2. 이론적 배경

II. 이집트 사례연구 | 김진하
1. 역사적 배경
2. 독재체제의 붕괴 원인 분석: 통치연합의 분열
3. 체제외적 요인

Ⅲ. 시리아 사례연구 | 현승수
1. 역사적 배경
2. 아사드 체제의 생존 요인 분석
3. 아사드 체제의 전망

Ⅳ. 투르크메니스탄 사례연구:
개인독재체제의 안정적 유지 | 백우열
1. 투르크메니스탄 독재체제: 연구 필요성과 현황
2. 투르크메니스탄 권위주의 체제 형성의 역사적 배경과 과정
3. 투르크메니스탄 개인-당 독재체제 유지원인 분석

V. 결론: 사례연구와 김정은 정권의 체제 지속성에 대한 시사점 | 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