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송의 단편소설 <먼저 걸으라>(2023)는 대북제재와 봉쇄, 국제적 고립 속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액자소설 기법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액자의 주인공 수환은 눈, 팔, 다리가 손상된 영예군인으로, 북한의 불구적 상황을환유하며 주제를 의인화한다. 동정을 수치로 여기며 온전하게 자신의 힘으로공장을 경영하고, 오물을 자원으로 바꾸어 봉쇄에 대응하는 수환의 성공담은북한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결론이다. 소설은 영예군인 주인공의 정신적 힘과의지를 통해 국제적 고립 속에서 북한이 봉착한 위기를 자립적이고 자주적으로해결하고 이겨내는 원동력을 묘사하고 있지만, 이는 도리어 어려움에 포위된상황과 길항하며 내핍의 심화를 균열적으로 드러낸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계속된 대북제재는 김정은 집권 초기 어젠다였던 현대화를 텅 빈 기표로 만들며, 자체 힘으로 제재에 대응하고 국산화에 성공한다는 에피소드는 자립적 국산화와자력갱생 담론이 중첩된 곤경 속에서 북한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긴박한 생존전략임을 나타낸다. 이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고 필요한 수단을 자체로마련하는 자기 거버넌스의 북한식 변형임을 표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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