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된 지 13년이 되는 2024년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김정은 시기의 북한 애니메이션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본 연구는 김정일 시기와 구별되는 김정은 시기 애니메이션의 주요 특징을 ‘고구려’와 ‘역사만화영화’로 파악하고, 김정은에 의해 구상되고 창작된 것으로 소개되는 역사만화영화 <고주몽> 시리즈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김정은 시기에 고구려 역사만화영화가 등장한 배경을 김일성유일사상체제의 삼대 세습과 북한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의 향상과 연관지어 살펴보았다. 북한은 김정일의 교시에 의해 의인화된 동물이 등장하는 동화와 우화가 장려되고, 김일성의 업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제는 왜소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애니메이션 제작이 금지되었었다. 그러나 김정은 시기에는 역사적 인물을 생동감 있는 존재로 그려낼 만큼 북한의 3D 컴퓨터 애니메이션 기술이 향상되었다. 또한, 북한이 1970~1980년대에는 고구려 건국을 기원전 1세기로 보았으나, 유일사상체제가 공고히 되며 고구려 지배세력에 대한 비판이 사라지고, 1990년 이후에는 고구려의 건국 연도를 기원전 277년으로 변경하였다. <고주몽> 시리즈는 김정은의 구상으로 제작되었으며, 당의 창작 원칙을 철저히 따르는 집단주의 창작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고주몽>을 역사서의 ‘주몽신화’와 비교한 결과, 해모수에 대한 부분이 큰 비중으로 추가되었고, 이는 해모수와 그의 아들 주몽, 그리고 손자 여달로 이어지는 삼대의 서사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로써 북한이 주장하는 예술적 허구와 사실주의가 객관적 사실이 아닌 창작자의 주관과 의도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임을 확인했다. 결국, 북한의 역사만화영화는 사실을 기초로 하지만 정치적 의도가 강한 작품이다. 본 연구는 김정은 시기의 북한 애니메이션, 특히 역사만화영화에 대한 초기 연구로서 중요한 기여를 하며, 북한의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 발전과 정치적 선전의 연관성을 규명하고, 김정은 시기 북한의 사회･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